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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병고에 시달리지 않고 거동에 큰 불편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
등록날짜 [ 2013년07월29일 08시14분 ]

인체의 모든 기능이 나이를 먹으면서 노화하기 시작하여, 청장년 때에 비하여 여러 가지 불편해지는 것은 인간의 섭리(攝理)입니다. 의학이나 과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날지언정 영생불사(永生不死)란 불가능한 것이 진리입니다. 그저 사는 동안 병고에 시달리지 않고 거동에 큰 불편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흔히 오감(五感)이라 말하는 시각, 청각, 후각(嗅覺), 미각 및 촉각의 다섯 가지 중, 나이에 관계없이 가장 먼저 우리가 변화를 느끼는 것이 시력입니다. 저는 일제 식민통치 때 전기사정으로 조명이 불충분한 하숙방에서 생활하다 보니 시력이 약해져 중학 2년 때부터 안경을 써야 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안경을 쓰는 경우도 많지만, 옛날 시골은 보수적이어서 10대에 안경 쓰는 젊은이에 대한 시선이 결코 곱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본군에 징병으로 끌려가 훈련을 받을 때, 안경 때문에 겪은 여러 어려움은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뇨나 녹내장 등으로 실명(失明)하는 경우를 빼고는, 시력의 감퇴는 안경으로 간단히 교정이 될 뿐 아니라 나이 들어 노안(老眼) 현상이 오면서 시력이 오히려 회복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가정에서는 안경의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되었습니다.

 

노인이 걱정하는 오감의 감퇴는 시력만이 아닙니다. 제 처는 음식 솜씨가 꽤 좋아 식구들은 물론이고 집에 초대된 손님들도 그녀가 특히 자랑하는 잡채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그의 미각이 최근에 와서 약간 둔해졌는지, 일본 친구들까지도 칭찬했던 그녀의 잡채가 요즘에는 옛날 그 맛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재료 탓을 할 때도 있지만, 아내의 미각이 좀 둔해진 것 같다고 스스로가 인정하기도 합니다. 특히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려고 신경이 예민해진 제 탓도 있어, 최근의 그녀는 음식 간을 맞추는 데 자신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아내가 함께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녀의 청각에 약간의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거실의 TV 음량이 이상하게 높아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제 말을 못 듣는 경우도 가끔 생깁니다. 아내는 제 말소리가 옛날보다 작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내의 청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얼마 전 정기검진에서도 지적되었습니다.

 

아내의 미각에 이상이 감지된 것에 대하여 저는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청각의 변화에는 꽤 예민해졌습니다. 그것은 제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선배나 친구 중에 청각에 장애가 생긴 사람이 있고, 그 때문에 겪는 불편과 마음 아팠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의 발달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보청기의 개발이 난청자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력을 쉽게 보강하는 안경의 역할에 비해, 난청자가 보청기에서 받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시각에 비해, 신체 구조상 청각은 그만큼 예민한 모양입니다. 외과 의사였던 제 친구 하나는, 불편했던 두 다리 관절을 어렵게 수술하여 80대 후반에 골프를 즐길 정도로 건강에 자신을 회복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작년부터 난청에 시달리게 되어 생활 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청기 성능이 너무 예민해서 그의 일상생활에서의 감정 유지가 어려워진 것을 우리 가까운 친구들까지가 알게 된 것입니다. 한 번은 고등학교 동기생끼리 하는 식사 도중에 불쑥 큰 소리로 화를 냈습니다. 식탁에 식기를 놓는 소리에 귀청이 떨어지겠다고 여종업원을 나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식당에서 종업원이 식기 다루는 조잡한 솜씨는 외국인도 가끔 얼굴을 붉힐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날의 우리 모임에서, 고도로 예민한 보청기를 낀 이 친구의 반응은 평소의 그의 온화한 성격을 잘 아는 우리로서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고급 보청기일수록 음량을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일반 대화용으로 음량을 맞추어 놓았는데, 갑자기 금속성 마찰음이나 유리 탁자 위에 딱딱한 물건을 조심성 없게 놓았을 때의 소리는 뇌에 상당한 충격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와서 이 친구는 여비서를 통해 용건을 전화로 전달케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작년 여름까지 거의 매주 한 차례씩 마나던 대학 선배 두 분과의 만남은, 두 분의 난청 관계로 우리 사정을 잘 아는 식당에서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골라 했습니다. 난청으로 서로 소리를 높여 회화를 하니, 옆 손님에 미안할 뿐 아니라 서로의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 말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보청기 사정인지, 전화 통화에도 애를 먹을 때가 많았습니다.

 

후각과 미각과의 상관관계를 다루면서 프랑스 고급 와인의 진한 냄새와 일본 와인의 담백한 냄새를 비교한 어느 대학교수의 글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냄새의 풍경’이라는 수필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후각과 미각을 포함한 사람의 건전한 오감을 이야기하는 젊음의 ‘사치’ 혹은 특권을 부러워했습니다.

 

註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황경춘 자유칼럼그룹 칼럼리스트 (c122103@doum.net(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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