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면서 통일한국, 문화강국으로서의 문화융성 시대를 이끌 기본구상과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인터뷰"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25일 출범한 대통령자문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76) 초대 위원장. 40년 전 문화공보부에서 ‘문예중흥’의 토대를 다졌던 그가 이제는 새 정부의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인 ‘문화융성’을 진두지휘하게 된 것. 그 각오는 남달랐다.
“1972년 문화공보부 재직시절 문화예술중흥 5개년 계획을 입안했죠. 당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도 만들고 문화예술진흥법 제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요. 40여년이 훌쩍 지나 문화융성위원장으로 문화융성의 기틀을 만드는 데 참여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자 막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라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경복궁 내 고궁박물관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편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양복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는 그에게서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직접 발로 뛰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김 위원장은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철학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공직에 나온 이후 그간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예술가들과 직접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에게 당면한 숱한 문제들을 해결하곤 했어요. 그 결과 현장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문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됐죠. 현장에서 국민들과 소통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김 위원장은 옛 문화부 차관과 영화진흥공사 사장, 부산국제영화제(PIFF)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와 문화예술진흥원, 독립기념관, 예술의 전당, 현대미술관, 국악당 등을 일궜으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키운 세계적 문화계 거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단편영화 ‘주리’로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 등을 받았고 1965년 한국미술협회 회원이 될 정도로 미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 그리고 현재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으로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기둥이자 산증인이라 불리는 그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제가 초등학교 1,2학년 때만 하더라도 나라가 힘들었어요. 무척 불행한 시기였죠. 제가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는 6.25가 터지기도 했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문화향유가 어디 있었겠어요. 그래서 문화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공직과 실무현장에서 두루두루 섭렵한 경험들을 토대로 이제 국민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역할을 제가 할 겁니다. 앞으로 할 일들이 많을 것 같아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공직자로 또는 예술인으로 두 가지 인생을 다 경험한 김 위원장. 그는 1961년 문화공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1970년대 ‘문예중흥’의 골격을 만들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지금은 문화가 경제를 견인하는 시대, 문화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예중흥’이란 용어는 정부가 주도한 문화정책인 반면, ‘문화융성’이란 개념은 국민 개개인이 문화의 주체가 되고 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해가는 것이죠. 지금은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이제 ‘문화’가 ‘창조경제의 핵심’입니다.”
김 위원장은 13일 광주를 시작으로, 다음달 4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제가 사람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해요. 지역의 예술계 원로들과 지역주민들을 만나 문화융성의 국정기조와 취지도 이해시키고 지역문화 소외계층을 두루 살피려고요. 문화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명실상부한 문화융성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겁니다. 정부와 국민을 소통시키고 가깝게 연결해주는 게 위원회의 첫 과제입니다.”
문화융성을 새정부의 4대 핵심 국정기조 중 하나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문화융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 위원장은 “사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문화대통령으로서 비중있게 국민들에게 인식된 대통령이 없다”며 “올해가 문화융성의 원년이 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문화예술계와 항상 직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어렵고 소외된 현장을 더 많이 찾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최근 사회가 문화적 가치와 문화적 의식이 없는 것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며 “유아에서 노년까지 사회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전통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예술적 재능이나 창작력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줘야 하며 문화적인 이해가 있어야 뛰어난 상상력과 창조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융성’실현을 위해 함께 할 민간위원들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양민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 영화배우 안성기,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 등 19명이 이번에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김 위원장은 “매월 한 차례씩 위원회를 개최할 생각이고 비상임으로 돼 있는 ▲전통인문 ▲문화예술 ▲전통문화 ▲문화산업 ▲문화가치 확산 등 5개 전문위원회도 곧 발족시켜 거의 상설 개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위원회는 분기별로 자체적으로 2~3차례 회의를 열고, 대통령 주재의 정기회의 또한 가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에게 문화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왔어요. 문화융성은 단순히 단기적으로 가시화되고 개량화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00년을 내다보는 통일한국, 문화강국의 기본 틀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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