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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지도자는 법안 통과로 “싸움이 끝난 게 아니고 싸움은 이제부터다.”라는 말로 개탄
등록날짜 [ 2013년12월09일 07시49분 ]

지지율의 하락까지 감수하면서도,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晉三)는 말썽 많은 ‘특정비밀보호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행하여, 집념인 ‘강한 일본’의 꿈 실현에 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작년 총선에 압승하여 한때 70%에 가까웠던 아베의 지지율은 법안 통과 다음날의 한 여론조사에서 46%로 떨어졌습니다.

아베 지지자 층에서도 81%가 동 법안은 더 신중히 추진했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매일같이 사설과 논설로 법안 반대를 주장해 온 중립계 아사히(朝日)와 마이니치(每日) 두 신문은 이 법안 통과로 정부는 집단방위정책 채택 때와 같이 헌법을 경시(輕視)했다고 개탄했습니다.

 

한 야당 지도자는 법안 통과로 “싸움이 끝난 게 아니고 싸움은 이제부터다.”라고 말했고, 또 한 사람은 “오늘은 민주주의의 장례일이다.”라고 슬퍼했습니다.

 

10월 중순에 소집된 임시국회 회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11월 7일에 갑자기 이 법안을 제출한 여당은, 하원에서 45시간의 짧은 토의 끝에 11월 26일에 이를 통과시키고, 회기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상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상원에서는 28시간만의 심의 끝에 토의를 강제로 종결, 의원의 고함과 방청석의 야유 속에, 12월 6일 심야 11시 30분에 여당의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8일의 아사히신문 사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안전보장 상의 비밀 보호는 ‘국가’의 기능 강화에는 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게 된다. 바로 그 때문에, 신중을 거듭한 법안과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리는 공손한 국회 심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총리는 예정된 회기 종료 2일 전에 ‘정보보전자문회의’ ‘보전감시위원회’ ‘독립공문서관리실’ 등 새로운 감시 기관의 설치를 표명, 야당이 여전히 반발하자 ‘정보보전감찰실’의 설치도 덧붙였다. 마치 폐점 직전의 염가 대매출이나 다름없다.”

 

공교롭게도 이 법안을 통과시킨 날은 일본군의 기습 공격으로 미국을 태평양 전쟁에 끌어들인 진주만 사건의 72주년 기념일을 이틀 앞둔 날이었습니다.

 

일본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시민의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의사당 방청석에서도 야유 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법안은 통과되었습니다.

 

과거 일본국회의 중요 의안 심의에는 100시간 이상이 소요된 전례에 비해, 이번 법안의 졸속 강행 심의는 야당 의원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 눈에도 이상하게 비쳤습니다.

 

일본변호사회를 비롯하여 여러 학자와 지식인 단체가 반대한 이 법안은 1년 안에 공포하게 돼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한 다음 날 아침 ‘수(數)의 힘, 강행 돌파, 비밀보호법 박수와 노호(怒號), 심야의 성립’이란 제목의 사설을 쓴 아사히신문은 별도로 이례적으로 총편집장(總編輯長)의 담화문을 발표하여, “특정비밀보호법이 성립되였다. 우리는 이 법률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으나, 금후도 문제점을 추궁해나갈 생각이다. 그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을 위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뒤, “우리는 금후에도 이 법률에 반대하고,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는 취재와 보도를 계속해 나간다.”는 결의를 표명하였습니다.

 

전문분야를 초월해 모인 학자 유지들의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반대하는 학자의 회’는 동법의 가결을 반대하는 성명서에서 “여당의 정치 자세는 사상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빼앗고 전쟁에 돌진한 전전의 정부를 방불케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지난 3일의 성명에는 2,006명의 학자가 서명했는데, 이번 성명에는 3,181명이 찬동했습니다.

 

노벨 물리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호세이(法政)대학 차기 총장으로 선임된 다나카 유코(田中優子) 교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수도 도쿄에서는 7일에도 시민 집회가 열리고, 20여 명의 초 교파 종교 지도자도 가두 모임을 가지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본펜클럽은 성명에서 “이 법을 성립시킨 국회는 이미 국민의 대표로서의 긍지나 자격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잡지협회와 일본서적출판협회도 항의 성명을 냈습니다.

 

국방, 외교, 간첩, 테로, 네 분야의 정보 중에서 필요할 때 행정장관은 5년에서 30년까지 국가 비밀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지정된 비밀의 누설에 관련된 자를 10년 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법의 골자입니다.

 

1925년의 악명 높은 ‘치안유지법’의 재판이라고 비유하는 사람도 많았던 이 법의 통과에는 당초 ‘일본 유신의 회’ 등 두 야당이 여당에 동조하여 하원에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여당의 의안 졸속 강행 처리에 항의하여 표결 때 퇴장하였습니다.

 

통화팽창 정책을 기축으로 한 소위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부동층의 지지를 받아 온 아베 정권의 새해 전망은 그리 밝지만 않습니다.

 

‘특정비밀보호법’ 파동의 여파로 정계와 사회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당파를 초월하여 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원자력발전 즉시 폐지’론으로 야기된 당내 동요와 소비세 증세, TPP 설득 등 국내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임 1주년이 가깝도록 이웃 한국과 정상회담도 갖지 못하고 영토분쟁까지 가열되는 마당에 한ㆍ중ㆍ일 방공식별구역 문제마저 부상하여 그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1965년에 당시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을 수정하려는 아베 총리를 반대하는 지식인 그룹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중반까지 선거가 없어 아베의 국회 내 정치 기반에 큰 변동은 없겠지만, 아베의 극단적 보수주의 정책에 유권자가 어느 선까지 타협을 할 것인가에 일본의 장래가 좌우될 것입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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