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2024-11-20 06:11:43
메인페이지 로그인 회원등록 즐겨찾기추가
OFF
뉴스홈 > 칼럼 > 칼럼(사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세션리스트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절대 부자가 아니고 모든 게 넉넉했던 예전 같지 않은 노후를 고민해야만 하는 처지
등록날짜 [ 2014년01월26일 05시31분 ]

앤 스캇은 한국나이로 올해 72세가 되는 캐나다인 할머니입니다.

내 집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그녀와 친하게 된 동기는 어느 날 그녀가 정원 일을 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 인사를 한 때문입니다.

 

차를 세우고 다가오더니 "you're so hard worker."(참 일을 열심히 하시네요.) 라며 행복한 모습으로 꽃들을 둘러보더니 이 단지로 이사 오자마자 봄부터 가을까지 농부차림이었던 내 모습, 휑하게 비어 있던 집 옆과 뒤뜰이 꽃들로 찬란해져 그것이 인상적이었다, 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 이후 앤과 나는 점심과 담소를 나누거나 화원, 마켓에 동행하며 이런 저런 생활상을 얘기하며 가까워졌습니다.

 

그녀는 영국계 스코티시 남자인 앨과 재혼하였고 전 남편과의 사이에 딸이 있으며 남편인 앨과 노후에 걱정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호사인 딸과 수시로 여행을 같이하며 소방서원인 남편의 소방서에서 주는 연금이 워낙 많아 내가 보기엔 부러운 노후입니다만 그녀에게도 나름대로 경제권을 쥐고 있는 재혼한 남편 사이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달 전 쯤 앤과 함께 분위기가 있는 동네 카페를 갔다가 그 근처의 선물가게를 들렀는데 앤은 무언지 사고 싶지만 살 수 없어 체념하는 안타까움이 비쳤습니다.

 

항상 그녀는 나와 함께 동행할 때마다 식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사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마음이 슬펐던 적이 많아 이날 나는 앤이 만지작거리고 있던 스웨터를 사서 그녀에게 안겼습니다.

 

그러자 앤은 스웨터가 “너무 비싼 선물이다. 난 네게 그런 선물로 되갚을 수 없으니 절대 사지 말라.” 며 내 선의를 거절했지만 결국 그녀는 내 고집에 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난 절대 부자가 아니고 모든 게 넉넉했던 예전 같지 않은 노후를 고민해야만 하는 처지이지만 아직은 따뜻한 방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으니 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자는 마음에 그리 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내가 깜짝 놀라고 만 것은 그녀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며 “너는 복을 받을 것이다.(God Bless you)” 라는 말과 함께.

 

앤의 눈물은 잠깐 나를 생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만약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100달러 정도의 선물을 했을 때 앤처럼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앤의 순수성에 감동했습니다.

크지 않은 선물에도 감사해하는 캐나다인들의 정서가 가슴을 뭉클하게 할 때도 많습니다.

 

어쨌든 며칠이 지난 후 앤은 ‘댕큐’(감사) 카드를 들고 오더니 그 얼마 후 크리스마스 꽃인 커다란 포인세티아 화분을 들고 와 나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녀의 이런 감사함에 대한 방식은 참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것들입니다.

내가 만들어다 준 음식이나 작은 것들조차도 항상 ‘댕큐’ 카드에 아름다운 글을 써서 보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녀가 오히려 더 고맙기만 합니다.

 

몇 년 전 이민 오자마자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고 있는 교포 지인의 가족이 나의 호숫가의 오두막에 와서 얼마간의 휴가를 지내고 간 적이 있습니다.

 

나는 지인의 가족이 와서 즐겁게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떠나고 난 후 발견했던 책상 위의 작은 메모는 뜻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행복하게 휴가를 지내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또박또박 정성들여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글, 지인의 딸이 남기고 간 ‘댕큐’ 메모는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캐나다 이민 후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이민 기간이 짧은 한인들일수록 감사하다는 표현에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표현하지 않는 언어와 감정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란다는 것처럼 이기적인 생각이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무엇을 받는 걸 당연시하거나 작은 선물은 우습게 여기고 커다란 선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식품을 파는 시장에서나 한인들 가게에서 문을 열어주고 붙잡아주어도 고맙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힐끗 쳐다보고만 들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다행히 나의 지인들은 그런 예절을 깍듯하게 지키는 사람들이어서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인이나 캐나다인들이 매사에 감사하는 자세는 항상 생활화되어 있어 고맙다는 말을 몸의 일부처럼 여기고 삽니다.

 

아마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기본예절부터 몸에 익히고 말을 하는 교육을 받은 덕분일 것입니다.

 

내가 한국인에게서 ‘댕큐’ 카드를 받아 본 경우는 내 오두막에 남긴 지인의 딸이 남기고 간 것이 처음이었으니까요. 물론 이메일이나 편지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 전화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니 감사하지요.

 

이곳의 카드숍에는 다양한 '댕큐'카드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댕큐'카드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 자라온 세대가 이민 와 사는 교포사회에서 그런 카드 문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겠고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에 살고 있는 교포들은 자녀들이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감사카드를 꼭 챙겨 보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사회의 관습과 문화이며 그런 습관은 자녀의 미래와 사회활동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터이니까요.

 

지난 초겨울 뜻밖에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나는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저자 손욱)’ 라는 책을 받고 매우 즐거웠습니다.

 

이곳으로 수입되는 한국 책이 비싸니 누가 책을 보내주면 그처럼 고마운 게 없는데 제목도 마음에 들고 또 평소에 이 책의 저자를 존경하였기 때문에 그의 글에 심취되어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읽었습니다.

 

저자가 써내려간 문장마다 정말 우리가 무엇을 감사해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가 구구절절 공감이 돼 이 책의 내용대로 감사하며 사는 삶에 대한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감사하다는 말은 하기는 쉽지만 진정성 있는 마음이 그 말에 담기도록 생활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쓴 저자는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며 그 출발은 비록 작은 것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이타적인 삶을 살다보면 내게 돌아오는 기쁨과 충만감은 내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뀌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를 먼저 변화시켜야 하며 그런 변화는 하루이틀에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 그걸 매일 글로 감사메모 노트에 옮기는 버릇을 들이라고 합니다.

 

자주 메모를 하다보면 자신에게 놀라운 변화가 생기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지요.

 

지인의 딸이 남기고 간 ‘댕큐’ 메모는 그 어머니가 가르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항상 글로 남기는 교육을 어려서부터 시켜왔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오랜 외국생활에 젖어서 그런지 ‘댕큐’ 카드는 잘도 쓰고 보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매일 감사함에 대한 메모를 하고 산 적은 없어 이 책을 읽은 후 나도 그런 메모장에 글로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정이나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행하고 고통스런 일들은 우리가 작은 것이라도 감사해 하며 사는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 한 해 지나간 것들을 붙들고 아귀다툼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고 품격 없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로 방송과 지면이 시끄러웠습니다.

 

욕심을 자제하지 못해 이웃과 존속을 해치는 비인륜적인 사건도 많았습니다.

올해는 그런 부질없는 감정 싸움과 물질욕으로 오염된 마음이 눈 폭풍 후 개인 파란 하늘처럼 맑아졌으면, 그래서 무엇이 수치이고 무엇이 염치인가를 깨닫는 한 해, 소소한 것들이라도 진심으로 감사하며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소개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에 디자이너로 종사.

현재 구름따라 떠돌며 구름사진 찍는 나그네.

 

 

편집국 (c122103@hanmail.net)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내용 공감하기
- 작성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키
 57181352
[칼럼] 3100번 버스의 교훈 (2014-01-29 08:09:59)
올해의 파랑은 넓은 하늘과 바다, 평화의 색, 그리움의 색..파랑으로 품는 청마의 해 (2014-01-17 05:05:33)

아름다운동행

칼럼

카메라고발

대학가네트워크

공지

제2기 두뇌교육사 와 ...

한국미래사회복지재단에서는 아래와 같이 브레인창...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

  l 제목 :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직원(채용형 ...

미술심리상담사 2급자...

1. 미술심리상담사 교육은 내담자에게 미술이란 창...

어르신 삼계탕 대접 및...

작전1동지역의 계신 어르신들의 삼계탕을 대접하고...

심리상담사1급자격취...

심리상담사1급 자격과정 수강생 모집   1.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