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2024-11-20 06:11:43
메인페이지 로그인 회원등록 즐겨찾기추가
OFF
뉴스홈 > 칼럼 > 칼럼(사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세션리스트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적재적소에서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재능과 경륜을 펼 수 있다
등록날짜 [ 2014년03월13일 15시41분 ]

하루 천 리를 달리는 준마. 과연 그런 명마가 있을까요?

우리는 고대 중국 항우(項羽)가 탔다는 오추마(烏馬)나 관우(關羽)의 적토마(赤兎馬) 정도를 기록을 통해 천리마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오추마는 검은 털에 흰 털이 섞였고, 적토마는 온몸이 붉은빛이었다는 겉모습 외에 말의 기량을 확실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둘 다 성질이 사나운 한마(悍馬)였으나 끝내 주인을 따라 죽은 충성스러운 말이었다고 합니다.

 

중원의 뭇 나라들이 전쟁으로 지새던 전국시대, 연(燕)의 소왕(昭王)은 천리마에 준하는 인재(人才) 이재(異才)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선대 때 제(齊)나라와의 전쟁에서 절반이나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염원에서였습니다. 그러나 혼자 궁리를 다 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왕은 재상 곽외(郭)에게 “나라를 구할 준재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겠는가” 물었습니다.

 

곽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어느 실력자가 천금을 내걸고 천리마를 구했으나 3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부중의 잡일을 하는 자가 말을 구해 오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사나이는 천금을 들고 수소문한 끝에 석 달 만에 천리마가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그러나 아깝게도 말은 사나이가 도착하기 직전 죽어 버렸습니다.

 

생각 끝에 그는 죽은 말의 뼈를 오백 금을 주고 사 왔습니다.”

 

거금을 준 주인이 ‘내가 원하는 것은 산 말인데, 누가 오백 금이나 주고 죽은 말 뼈다귀를 사 오라고 했느냐’며 벽력같이 화를 냈습니다.

 

사나이는 태연히 ‘염려하지 마십시오. 천리마라면 죽었더라도 오백 금에 사 갔으니 산 말이면 얼마나 많은 돈을 줄 것인가, 사람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좀 기다려 보십시오’라며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과연 소문을 듣고 1년 안에 천리마를 끌고 온 사람이 셋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인재 구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웬 천리마 얘긴가” 소왕이 다그쳤습니다.

곽외는 “전하께서 진정 천리마와 같은 현재를 구하신다면 우선 저에게 선비 대접을 하십시오. 곽외 같은 사람도 그토록 후대하는 줄 알면 저보다 훨씬 현명한 자들이 천 리 길을 멀다하겠습니까”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왕은 그의 말을 받아들여 황금대(黃金臺)라는 누각을 세우고 곽외를 사부(師父)로 대우하였습니다.

 

소왕이 현자를 우대한다는 소문은 금세 중원에 퍼졌습니다.

내로라하는 준걸들이 연나라로 몰려들었습니다. 조(趙)의 명장 악의(樂毅)와 대정치가 극신(劇辛), 음양설의 시조 추연(鄒衍) 등이 연의 중신으로 등용되었습니다.

 

이들 ‘천리마’의 도움으로 소왕은 드디어 제나라를 격파하고 잃어버린 옛 영토를 회복했습니다. 명마를 찾는 지혜로 천하의 인재를 사냥한 덕택입니다.

 

천리마 하면 백락(伯樂)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의 관상을 잘 보았다는 춘추시대 주(周)나라 사람 손양(孫陽)으로, 백락은 천마(天馬)를 다스린다는 별 이름을 딴 별호입니다.

 

백락이 어느 날 태행산(太行山)을 넘어가다 소금가마를 잔뜩 지고 가는 비루먹은 말을 보았습니다.

 

단번에 천리마임을 알아본 백락이 자기 옷을 벗어 말의 등을 덮어 주자 말이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루는 좋은 말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찾아와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이 준마를 팔려고 장에 내놓아도 사흘 동안 아무도 사려는 자가 없으니 한번 감정을 해 주십시오.” 백락은 장으로 가서 말 주위를 천천히 돌아본 후 아주 감탄한 듯 바라보다 미련이 남은 얼굴로 돌아섰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 말을 서로 사려고 다투어 말 값이 졸지에 10배나 뛰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 768~824, 자 退之)는 ‘천리마는 언제나 있다. 다만 세상에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다’고 용인의 지혜를 강조했습니다.

 

천리마의 능력을 가진 영웅호걸이라도 백락의 안목을 지닌 명군(名君) 현상(賢相)을 만나 적재적소에서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재능과 경륜을 펼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찮은 주인을 만나면 천리마도 평생 짐이나 끌다 죽어가듯 인물의 흥망도 같다는 것입니다.

 

요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가에서는 인재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천리마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자천 타천으로 저마다 ‘지역 일꾼’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적임자를 뽑을 것인가. 행인지 불행인지 그 권한은 왕이 아닌 국민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만백성이 다 백락의 안목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선거를 통한 대의정치의 한계가 엿보여 착잡한 기분을 떨치지 못합니다.

 

한나라 유방(劉邦)의 장자방(張子房)과 유비(劉備)의 제갈량(諸葛亮), 로마 아우구스투스 초대 황제의 아그리파 같은 이는 왕조시대의 천리마였습니다.

 

요즘은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지도자를 고릅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도 선거로 뽑힌 백락입니다. 그런데도 ‘모래 속의 진주’를 골라 국리민복을 도모하기는커녕 나라 살림을 거덜내기만 했으니 말입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편집국 (c122103@hanmail.net)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내용 공감하기
- 작성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키
 25176672
[칼럼] 예술가의 특권 (2014-03-20 08:36:54)
[칼럼] 찝찝한 채동욱 사건 수사 (2014-03-11 02:23:17)

아름다운동행

칼럼

카메라고발

대학가네트워크

공지

제2기 두뇌교육사 와 ...

한국미래사회복지재단에서는 아래와 같이 브레인창...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

  l 제목 :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직원(채용형 ...

미술심리상담사 2급자...

1. 미술심리상담사 교육은 내담자에게 미술이란 창...

어르신 삼계탕 대접 및...

작전1동지역의 계신 어르신들의 삼계탕을 대접하고...

심리상담사1급자격취...

심리상담사1급 자격과정 수강생 모집   1.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