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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진에 총을 쏘는 것은 예술의 수준을 넘은 폭력”이라고 비난
등록날짜 [ 2014년04월06일 09시16분 ]

 

국회의원 얼굴 사진을 벽면에 가득 붙여 놓고 총으로 쏘는 ‘통쾌한 행위예술’이 체코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토마스 캡과 미찰 크라우스라는 두 예술가가 최근 프라하의 한 갤러리에서 벌인 전위적인 퍼포먼스입니다. 수많은 공약들을 내걸었다 깨트리는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개관 2주 만에 전시장은 난장판으로 변했습니다.

거의 모든 사진이 공기총알에 짓이겨져 손상되거나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야당 총재인 지리 파로우벡은 사진에서 얼굴 대부분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행위예술을 기획한 예술가들은 산산조각 난 사진들을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행위예술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고, 일반인도 “사람 사진에 총을 쏘는 것은 예술의 수준을 넘은 폭력”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치인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획 의도는 대성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나 거기나 정치판에 대한 불신은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 정부 1년에 즈음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 철폐와 개혁을 위한 공개 대 토론을 벌였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활동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작심한 퍼포먼스였습니다.

 

갖가지 불만과 의견이 쏟아지고, “잠깐만요!”를 거듭하며 소극적인 장관들을 다그치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의 기대도 컸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규제보다 더 심각하고 큰 암 덩어리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당 5억 원이라는 이른바 ‘황제 노역’ 파문입니다.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에게 부과된 249억 원의 벌금을 49일간의 노역으로 대체해 주는 판결에 국민은 경악 정도를 넘어 정신적 외상으로 머리가 돌 지경입니다.

 

뒤늦게 검찰이 노역 대신 강제 추징으로 방침을 바꾸고, 허 회장의 국내외 은닉 재산을 추적하겠다고 난리입니다.

 

대법원은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를 열어 소위 향판(鄕判) 제도의 폐해를 줄인다고 야단입니다. 결국 새 규제를 더 만들어야 할 판입니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법 놀음’에 허탈해진 민심의 동공(洞空)은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요.

 

둘째는 정치인의 약속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야는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회 의원의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구역질 나는 국회의 정쟁을 이식해 놓은 듯한 자치행정의 난맥상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공약이었습니다.

 

그 공약을 여당이 먼저 팽개치고, ‘무공천’을 명분으로 재편한 야당도 약속 이행을 놓고 내분을 겪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약속은 빚입니다.

정치인이 빚도 갚지 않고 궤변이나 사술로 국민을 기만하려 하면 그들의 얼굴에 총을 겨누지는 못할망정 침은 뱉을 것입니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고, 법에 따라 정책을 수행하는 권부가 스스로 법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나라라면 누가 누구를 믿고 법대로 살려고 하겠습니까.

 

셋째는 고위 공직자의 임용 기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 안전행정부의 장으로 임명된 강병규 장관도 위장전입 전력자로 밝혀졌습니다.

 

안행부는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경찰력의 컨트롤 타워이자 주민등록 업무를 관장하는 핵심 부처입니다.

 

또 다시 흠결 있는 재목을 용마루로 올려놓는다면 그 조직이 반듯하게 지탱할 수 있을까요?

 

민간단체 보조금 1억 6천만 원을 꿀꺽한 안행부 공무원, 직원 300여 명을 고용해 개인과 기업 정보 800만 건을 빼돌려 수수료 58억 원을 챙긴 고용부 ‘스타 공무원’, 뇌물 주고 허위 문서로 18억 원을 받아 호화생활을 누린 건설 보조사업자, 임플란트 비용까지 대 준 빚더미 공기업···. 이런 짓들도 규제가 많아서 생긴 범죄인지 아리송합니다.

 

사기꾼이 많은 기업계, 잡놈이 많은 정치판에서 "너나 잘 해" 하고 남탓만 한다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물건너 가고 맙니다.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약속과 정책이 이행되는 사회, 권한과 책임이 공존하는 사회는 지도층 사람의 솔선수범이 앞서야 이루어집니다. 그

 

렇지 않으면 쓰나미 같은 눈총이 쏟아질 뿐입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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