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2024-06-28 11:47:47
메인페이지 로그인 회원등록 즐겨찾기추가
OFF
뉴스홈 > 칼럼 > 칼럼(사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세션리스트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꽃피는 차 주인의 낭만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 따듯해
등록날짜 [ 2014년04월13일 15시21분 ]

며칠 전 마포대교 부근 강변도로에서의 일입니다.

앞서 가는 화물차 한 구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운전석 쪽 적재함에 회색 철판이 덧대어져 있고, 그곳에 마치 수묵화를 보듯 흰 매화가 간결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노동의 현장을 누비는 낡고 삭막해 보이는 화물차, 그 안에서 꽃피는 차 주인의 낭만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차의 외부에 이런 저런 광고성 스티커나 로고를 붙여 놓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리고 운전석을 중심으로 자기가 보는 내부 공간을 취향대로 꾸미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화물차 주인은 차를 바라보는 사람을 위해 작품을 해 놓은 듯합니다.

그 철판을 그대로 떼어다가 갤러리에 갖다 놓는다면, 마치 고단한 삶에도 꽃피는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전해질 것만 같습니다.

 

벽화처럼 한 자리에 놓여 있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시선을 따라가게 하는 그림은 더욱 실감나는 멋과 흥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대유행인 ‘타요 버스’처럼 말입니다.

타요 버스는 서울시가 매주 넷째 주 수요일인 대중교통의 날을 맞아 지난달 26일부터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이벤트성 버스입니다.

 

어린이 인기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타요, 라니, 로기, 가니, 4개의 캐릭터들을 시내버스에 랩핑하였는데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노랑, 파랑, 빨강, 초록의 타요 버스를 보면 아이들은 달려가서 뽀뽀를 하고 두 팔을 벌려 와락 안아보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몇 정거장 시승을 하고 내리려 하지만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기 싫어 엉엉 우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아예 밤늦은 시간 차고지까지 찾아가서 타요 버스를 구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TV속에서 보던 것을 현실에서 만나자 그것이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도 행복합니다.

 

시민들에게 소소한 기쁨이 될 수 있겠다고 버스 네 대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각 지자체에서도 도입요구가 일어나 타요 버스가 전국을 달릴 일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또 다른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하수구에 사는 애벌레 ‘라바’도 지하철로 탄생될 조짐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라바 지하철을 탄다고 종종걸음을 하며 즐거워 할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본래 교통수단이란 사람이나 물건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게 해주면 그 목적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타요 버스는 ‘빠르고 안전하게’라는 목적 이외에 ‘행복하게’라는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늘 만나고 이용하는 버스가 편리함을 넘어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의 희망인 어린이들에게 말입니다.

 

사실 도시라는 곳은 아이들에게 적대적 공간이 많습니다.

차 조심해라, 피해라, 어디로만 다녀라. 단속해야 할 일들이 산재한 곳입니다.

 

그런데 타요 버스는 도시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교통사고와 같이, 교통수단이 갖는 위험한 이미지를 벗고 안전한 친구의 느낌으로 접근했습니다.

 

버스는 더 이상 버스가 아니고 살아 있는 생명체로 행복을 전해주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모든 구조물의 기능은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그치면 그냥 편리한 도시가 됩니다.

그러나 타요 버스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줍니다.

 

몇 십억의 예산을 쏟아 붓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시민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결국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화물 트럭에 이 봄날을 닮은 한 송이 매화를 페인트로 운치 있게 그리는 것, 딱딱한 버스의 이미지를 친근한 캐릭터 버스로 만드는 것, 모두가 도시환경을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값진 아름다움입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도시의 구조물에 ‘행복’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면 합니다.

 

필자소개




















 

 

                                         안진의

 

 

한국화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색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에서 채색화와 색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화폭에 향수 사랑 희망의 빛깔로 채색된 우리 마음의 우주를 담고 있다.

 

편집국 (c122103@hanmail.net)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내용 공감하기
- 작성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키
 89852252
침몰한 여객선, 침몰하는 사회 (2014-04-20 07:40:31)
빨간 마후라와 리얼리티 쇼 (2014-04-06 09:22:20)

아름다운동행

칼럼

카메라고발

대학가네트워크

공지

제2기 두뇌교육사 와 ...

한국미래사회복지재단에서는 아래와 같이 브레인창...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

  l 제목 :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직원(채용형 ...

미술심리상담사 2급자...

1. 미술심리상담사 교육은 내담자에게 미술이란 창...

어르신 삼계탕 대접 및...

작전1동지역의 계신 어르신들의 삼계탕을 대접하고...

심리상담사1급자격취...

심리상담사1급 자격과정 수강생 모집   1.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