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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청렴한 그릇
등록날짜 [ 2014년08월08일 18시11분 ]

「섣달 그믐날 밤 10시. 북해정이란 우동집.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출입문이 힘없이 열리며 한 여자가 여섯 살, 열 살 가량의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머뭇머뭇 말했다. “저..... 우동 1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주문을 받은 주인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았다. 세 사람은 한 그릇의 우동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댄 채 맛있게 먹었다. 150엔의 값을 지불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하고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모자에게 주인 내외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21일을 맞이했다. 그날도 막 10시를 넘길 무렵, 두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 여자가 1년 전의 그 마지막 손님임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지난해와 같이 우동 한 그릇을 시키고 셋이서 테이블에 둘러 앉아 먹었다.

 

그 다음해 섣달 그믐날 밤, 주인은 10시가 넘자 벽에 걸려 있는 메뉴표를 뒤집었다. 그리고는 그해 여름에 200엔으로 올렸던 우동값을 150엔으로 다시 바꾸어놓았다. 10시 반이 되자 세 사람이 들어와 우동을 시키고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한테 숨긴 게 있어요. 지난 11월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 대표로 뽑혀 전국 콩쿠르에 출품하게 되어 수업 참관하라고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엄마 대신 제가 갔어요. <우동 한 그릇>이란 글이었는데 셋이서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저씨 아줌마가 ‘고맙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해주신 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 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쥰은 어른이 되면 그렇게 힘내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고맙습니라’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커다란 소리로 읽었어요.」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시인 도종환 선생님이 짧게 옮긴 글이다. 우동집 주인의 따뜻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씨와 작은 아이의 순수한 품성이 나타난 대목이다.

 

우동 한 그릇에는 반개 더 들어간 우동뿐만 아니라, 늦은시간 남루한 차림에 우동 한 그릇으로 근무시간을 연장시킨 탐탁치 않은 가족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는 진실된 마음,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면서도 티 내지 아니한 채 오히려 ‘고맙습니다’라고 말 할 줄 아는 따뜻한 배려가 숨어있다. 글에 담긴 내용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이렇게 배가 부른데, 이야기 속 여자와 두 아아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다.

 

우동 한 그릇에는 우동집 주인의 손 씀씀이가 갑절로 들어 있었다. 반대로 내것을 지켜 손해보지 않으려 하는 주인의 욕심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내 것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시대라서 그런지 감동은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온다.

 

청렴이 큰 화두인 세상이다. 달리 청렴이 아니다. 나는 우동집 주인의 마음 그릇에서 청렴을 보고, 청렴한 마음 그릇에 담겨 있을 우동 한 그릇을 상상하며 흐뭇해 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내 마음 그릇에 담겨졌던 우동 한 그릇에는 내 것을 놓치 않으려는 하는 마음에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의 조미료가 첨가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있는 그대로의 날 것에 세련됨을 더하기 위해 갖은 미사어구를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청렴한 그릇에 우동 한 그릇으로 좀 더 따뜻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편집부 (mb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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