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폭행사건. 9시뉴스에서나 봤을법한, 멀게만 느껴졌던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구급차를 함께 타는 가까운 동료에게서 일어났다. 119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면서 선배들에게 경험과 조언을 들을 때면 항상 듣는 말이 만취자를 조심하라는 말이다. 선배들의 조언이 사실은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지만 현장을 목격하고 나니 선배들의 조언이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동료 구급대원으로서 폭행사건을 미리 방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다. 필자는 이제 1년 차 신입 119구급대원으로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선에서 구급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생기니 분노감과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조용한 토요일 오후, 구급출동 벨소리가 들렸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라는 내용이었다. 긴장을 한 채 환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환자는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술에 취해 대화가 어려웠지만 외상부위를 살피고 신속하게 혈압, 맥박, 혈당 등을 측정했다. 다행히 혈압과 같은 기초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외상도 없었으며, 4층에서 구급차까지 본인의 다리로 내려올 정도라 단순한 음주자로 생각하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며 병원이송을 하던 중이었다.
그 순간 환자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담배를 달라고 하여 동료 구급대원이 없다고 하자 심한욕설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났으며 필자가 환자를 붙잡았을 때는 이미 폭행이 벌어지고 난 뒤였다. 더 이상 병원이송을 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환자를 진정시키며 곧장 30초 거리에 있는 인근 경찰 지구대로 향했다. 직접 폭행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나서의 모욕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직업선택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우리 소방공무원은 시민이 부르면 밤·낮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달려가 도움을 주는 직업인데, 어떻게 본인들에게 도움을 주러간 사람에게 폭언과 심지어는 폭행을 가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지 필자는 아직까지는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현장에서는 많이 벌어진다. 폭행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119구급대원 폭행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119구급대원 등 소방관 폭행사건은 200여건이 발생했고 이 중 100여건이 사법처리 되었다고 한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까지 더하면 실제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숫자일 것이다. 개개인의 의식개혁과 올바른 음주문화의 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급대원 폭행에 관한 처벌수위도 점점 강화되어 소방활동 방해사범 적용 벌칙은 ▲소방 기본법 제50조(벌칙)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28조(벌칙)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임용장을 받고 근무를 시작했으나 현장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개인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또한 자주 겪고 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음주문화가 일선에서 불철주야 자신의 가족처럼 환자를 대하는 구급대원들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다. 구급대원이 안전해야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이 것 하나만 꼭 기억해 줬음 한다. “구급대원을 폭행하면 본인의 생명이 위험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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