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해변에 작은 민박집 주인 할머니는 늘 고민거리가 있었다. 바로 그것은 언제 집을 덮칠지 모르는 35년 된 오동나무였다. 나무뿌리가 너무 크게 자라서 집 마당을 들고 일어나 바닥이 갈라지는 상태였고, 바람만 불면 나무가 흔들려 불안에 잠을 못자고 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사시는 김인숙 할머니는 어느 날 집 앞을 지나가는 소방차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용유119안전센터를 찾아왔다.
본래 서울에 사셨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노년에 공기 좋은 을왕리에 들어와 서로 의지하며 건강히 살고자하여 30년 전에 지금의 집에 터를 잡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을왕리에 들어오신지 3년 만에 암에 걸리셨고, 7년 동안 서울 신촌에 있는 대학병원을 오가며 병간호를 하였지만 할아버지는 8년째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그렇게 할머니는 긴세월을 홀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쓸쓸히 살아 오셨다.
자식들도 있었지만 외국에 나가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도움을 청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직원들은 직접 할머니 댁에 가서 나무를 제거하기로 했다.
현장에 도착하여 확인해보니 50년 된 집 가운데 35년 된 높이 7미터의 오동나무가 있었다. 사방이 막힌 민박집 구조라서 작업하기가 힘들었다. 한 번에 잘라서 넘어뜨리면 집이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로프를 나무에 묶고 나무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토막 내어 잘라나가는 방법으로 시작했다. 구조대원이 체인톱 등 여러 가지 장비를 동원하여 작업한지 3시간 만에 오동나무는 제거되었다.
나무는 제거했지만 할머니가 혼자 나뭇가지며, 톱밥 등을 치우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대원들은 주변 정리까지 마무리하여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렸다.
할머니는 “나무에 가려 어두웠던 집 마당이 밝아져서 너무 좋고, 이제 바람 부는 날에도 마음 편히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이셨다.
대원들은 더위와 3시간의 나무제거 작업에 힘들고 지쳐 있었지만 할머니의 환한 미소를 보고 뿌듯한 마음에 피로를 잊을 수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