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문으로 느끼는 선선한 가을공기에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간절한 소망과 열정으로 소방에 입문한지 올해로 벌써 12년이 넘어간다. 몇 해를 빼고는 나는 대부분의 소방생활을 현장에서 보냈다. 현장을 누비며 목격한 안타까운 사고의 현장에서 항상 느꼈던 교훈 하나가 있었다. 바로 기본안전수칙 이었다.
사이렌소리에 가슴 철렁하며 도착한 사고현장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안전수칙의 위반에서 비롯된 사고가 대부분이다. 올해 온 국민을 슬프게 했고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남아있는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고양터미널 화재사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늘 던지는 한마디는 “안전 불감증”이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는 너무도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사고원인의 대부분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듯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뉴스보도를 접할 때마다 각종 사고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정말 이런 사고들을 미연에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소방업무의 일환으로 배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객터미널에서 신분확인을 여러 번 하고, 배에 실은 자동차는 견고하게 고정 되었으며 비상시 행동요령 등에 대한 안내방송이 수시로 방송되었다. 어쩌면 바뀐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기본안전수칙을 우리는 “귀찮아서”, “설마”라며 모른 척 등한시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얼마 전 가족나들이를 갔을 때 신호등이 있음에도 단지 귀찮아서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볼 때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무슨 애기를 해 줘야 하나 한동안 머뭇거렸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OECD국가 중 가장 많은 최하위다. 이렇듯 우리들의 교통안전의식의 부족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것을 알 수 있다. 무단횡단과 최고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만 보더라도 “과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본적인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안전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제도․조직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와 교육프로그램이 재정비된다고 해도 안전에 대한 우리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없다면 아마도 TV 뉴스프로그램의 앵커는 또 이런 멘트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수많은 사건 사고에서 느끼듯 우리 모두는 기본안전수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알고 있다. 이제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지금 나부터 생활 속에서 좀 더 기본안전수칙에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행동으로 반드시 실천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기본안전수칙을 지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