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무더위가 언제쯤 끝날까 싶었는데 어느덧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함이 감도는 가을이 한창이다.
한로(寒露)는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이자 가을의 5번째 절기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를 맺으면서 사람들이 비로소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산과 들에 볼거리가 가득하고 서늘한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가을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화재, 특히 주택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때문에 22년째 소방관으로 일 해온 필자로서 마냥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화재가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평생 일궈놓은 전 재산이 잿더미가 되거나 소중한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단순 전기누전처럼 가벼운 과실로 인한 화재라도 본인의 가정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웃에 옮겨 붙어 피해를 입혔다면 그 손해액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을 지라도 재산상으로 큰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된다. 대부분 주택 및 아파트화재는 전기, 가스, 불장난 등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다음 사항 잘 살펴본다면 화재로부터 조금은 안전해질 거라 생각한다.
첫째는 전기배선과 콘센트는 고정을 잘 시키며 문어발식 사용 피하고, 전기·전자 제품은 한국공업규격제품(KS)을 꼭 확인하여 사용한다. 과전류 차단기 및 스위치 작동상태가 정상인가를 수시로 확인하며, 사용하지 않은 전자제품의 코드는 항상 뽑아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한 5년 이상 사용한 전기제품은 일상점검 및 청소를 해야 한다. 가전제품의 장기간 사용으로 먼지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스파크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가스에 대한 안전이다. 가스배관 연결부분과 연소기(가스버너), 중간밸브는 비누거품 등을 이용해 가스누출여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가스 사용 중에는 자리를 비우지 말고 사용 후에는 중간밸브를 꼭 잠근다. 가스용기나 보일러 설치 장소는 통풍이 되는 곳에 설치,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기 전에 10분 이상 환기를 꼭 시킨다.
셋째는 이동식 석유난로나 차량에 연료를 주입할 때는 점화스위치나 시동을 확실히 끄고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또한 외출을 하거나 잠들기 전, 아침 기상 후 가스를 차단하고 각종 전원차단 등 안전점검을 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아이들만 두고 외출 할 때는 라이터, 양초, 성냥 등은 어린아이가 손 댈 수 없는 곳에 보관하고 가스레인지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주택화재 예방안전 수칙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누구나 실천하고 있는 상식은 아니다. 생활습관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작은 실천들이 소중한 내 가족을 지키고 사회를 건강하고 밝게 만들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계절은 곧 가을을 넘어 겨울을 향해 한걸음 더 가까이 가고 있다. 필자는 하루에 한 가지씩만이라도 생활 속 화재예방을 위한 작은 습관들을 실천에 옮겨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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