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원 기자]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예정대로 2016년 사용 종료 원칙을 고수하면 대체매립지 조성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쉽지 않고, 사용 연장 쪽으로 선회하자니 시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애초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비, 인천시 쓰레기를 처리할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이달 중 선정·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 안팎에서는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이달 안에 대체매립지를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한 시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이날 인천시에 매립지 종료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고 2주 안에 답을 달라고 밝혔다. 보건연대는 시의 답변이 없으면 정보공개 신청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연대는 질의서에서 "대체매립지 후보지 발표가 지연되는 탓에 후보지 주민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며 "지역 주민이 반대해서 대체매립지를 선정할 수 없으니 대안은 수도권매립지 연장밖에 없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침묵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실련도 지난 21일 예정된 수도권매립지 관련 토론회가 매립지공사와 인천시 참석 예정자의 불참 통보로 무산된 것을 비난하고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조속히 발표해 시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매립지 2016년 사용 종료 원칙을 확고하게 고수하던 인천시의 기조에도 미묘한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환경부와 서울시가 인천시민과 지역주민의 정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2016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천시 발생 폐기물을 자체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 시장은 그러나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인천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매립지 문제는 전략적인 문제이고 서울시·경기도와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라 지금 말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유 시장의 인수위원회 격인 '희망인천준비단' 단장을 지낸 최순자 교수는 지난 14일 지역 정체성찾기 모임인 '인천헤리티지재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수도권매립지 연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용균 시 정무특보도 참여하는 이 재단의 대표가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매립지 사용 연장으로 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에 대체매립지 조성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을 놓고도 시가 주민 반발을 무릅쓰고 대체매립지를 실제로 조성하진 않을 것이라는 추론도 퍼지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문제는 정부와 타 지자체가 맞물려 있는 사안이어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시민을 위한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최우선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른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매립지의 수용능력을 고려해 2044년까지 사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천시는 지역 주민의 환경피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며 2016년 종료 원칙을 고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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