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인천시 올해 31억원→내년 9억원 70% 삭감
[박근원기자] 인천∼서해 섬지역 간 여객선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에게 운임의 절반을 지원하는 예산이 내년에는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관할 지자체와 옹진군 섬 주민들은 여객선 운임을 지원하지 않으면 서해 5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7일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시는 2008년 9월부터 인천에 주소를 둔 시민들에게 인천∼옹진 섬 간 여객선 운임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백령도 행 여객선의 경우 정상 왕복 운임은 13만원이지만 인천 시민은 절반인 6만5천원만 내고 탈 수 있다.
첫해인 2008년 인천 시민 8만7천 명이 여객선 운임 할인 혜택을 받았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35만 명가량이 반값에 여객선을 이용했다.
시도 2008년 11억원을 시작으로 올해 31억원을 지원하는 등 해마다 운임료 지원 예산을 늘려 왔다.
그러나 시는 아시안게임 등으로 재정난이 심화되자 내년에 이 예산을 70%가량 삭감해 9억여원만 지원할 방침이다.
관할 지자체인 옹진군은 해당 예산이 4개월 만에 모두 소진될 거라며 반년도 채 지속하지 못할 예산 편성으로는 역효과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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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붐비는 연안여객터미널 <<연합뉴스 DB>> | | |
여름 휴가철…붐비는 연안여객터미널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여객선을 이용하는 인천 시민들에게 운임을 지원하다가 반년도 안돼 중단하면 오히려 시민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조례에 할인 비율이 정해져 있어 1인당 할인액을 줄여 예산을 나눠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08년 제정된 인천광역시 도서지역 여객선 운임 등 지원 조례에 따르면 시는 인천 시민의 여객선 운임의 40%(나머지 10%는 선사 부담)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이상 할인율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며 "4개월만 운임료를 지원하다가 사업을 중단할 거라면 차라리 내년에는 이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군은 최근 수차례 여객선 운임 예산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5도 주민들도 예산이 삭감되면 섬을 찾는 관광객 수도 크게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광객이 줄면 여객선사 수익이 감소해 운송 서비스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
백령도 주민 김모(48·여)씨는 "섬에는 어민을 제외하면 관광으로 먹고사는 주민이 대부분"이라며 "횟집이나 민박집 등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해양교통관광팀의 한 관계자도 "내년도 예산을 올해와 비슷하게 잡아 예산 총괄 부서에 올렸지만 삭감됐다"며 "내년에 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