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로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첨단장비들이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었다. 사람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졌으며, 좀더 편하게, 좀더 행복하게 그리고 좀더 안전하게 삶을 영위하고자하는 가장 기본인 인간의 욕구도 증대되었다.
그러나 더 발달 할수록, 욕구가 더 증대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 편안하지 않으며, 더 행복하지도 그리고 더 안전하지 않다. 대형화재와 교통사고 그리고 건축물의 붕괴 등 각종 재해재난이 존엄한 인간의 기본적인욕구조차도 무시한 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발달한 과학문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앞에서 열거한 재난 중에서 화재라는 것을 살펴보자. "화재"란 사람의 의도에 반하거나 고의에 의해 발생하는 연소 현상으로서 소화시설 등을 사용하여 소화할 필요가 있거나 또는 화학적인 폭발현상을 말한다.(화재조사및보고규정 제2조 정의) 즉, 실수나 일부러 발생시킨 불 중에서 물 등의 소화시설로 진화할 필요가 있을 시에 그것을 화재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재라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관련 법령과 제도 그리고 소방시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소방시설은 기술수준의 향상으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자동화재탐지설비, 옥내소화전 그리고 스프링클러 설비 등 예전에 사람이 망루에 올라 불을 감시하고 양동이에 물을 담아 불을 꺼야하는 수고를 이제는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사람이 항시 감시할 수 없는 취약 장소와 시간에도 우리를 대신하는 소방 시설들은 쉼이 없이 화재를 감시하고 즉각 소화 할 만반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소방 시설들이 아무리 발전하고 첨단화 되어도 화재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의 양상은 점점 더 대형화되어가고 있다. 이것 또한 넌센스다.
문명수준이 올라가면 우리는 더 편안하고 안전해 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처럼 화재를 대비하는 소방시설들이 첨단화되면 화재는 예방될 것이라 믿었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착각을 한 것이다. 그렇다 결국 화재도 그리고 각종 재난도 심지어 기상이변으로 생기는 재해도 사람이 준비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건물의 소방시설이 정상작동하고 있는지 고장 난 곳은 없는지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 봐야 하고 그것을 감독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도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 관계된 그 사람을 우선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지켜보는 방법이 제도나 법령의 개정이든지 시설의 발전이든지간에 말이다.
화재나 재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충분히 사전에 대비를 한다면 고귀한 인명의 피해까지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비하는 주체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 망루에 오르며 화마가 피해가길 바라던 선인들의 심정으로 이제는 우리의 눈과 손으로 화재와 재난을 대비하자. 그래서 더 이상 인재(人災)라는 오명을 우리 스스로에게 부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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