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새롭게 선보인 기획프로그램 ‘스테이지
149’의 연극선집 첫 번째 작품으로 <여기가 집이다>가 9월 11일부터 9월
12일까지 양일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된다. 그간 인천
에서 작품성과 실험성이 강한 공연을 만나기 어려웠던 점을 생각해 볼 때
연극선집 프로그램 중 완성도와 작품성이 높은 이번 작품은 인천 관객과
연극 마니아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여기가 집이다>의 생동감 넘치는 극적 구조와 텍스트의 풍성함으로 작년
초연 시 언론 및 평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2013년 제6회 대한민국 연극
대상 대상, 희곡상 수상 및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 7’에 선
정된 작품이다. 초연배우들과 새로운 배우들이 만나 2013년과 달리 올해
버전에선 몇몇 설정과 디테일이 살짝 바뀌어 이를 새롭게 발견해보는 것
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집에서 함께 살면서 서로를 보살피며 월급 180만원에 숙식을 보장
하겠다는 제안을 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여기
가 집이다>는 사실적인 자료들에 환타지를 양념으로 집어넣고 낭만과 감상을
고명으로 얹어 따듯하고 먹기 편하지만 더부룩함은 오래가는 음식과 같은 작
품이다.
전직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매춘업을 하는 아들과 절연한 장씨, 가출한 아내
와 죽은 아들 때문에 알콜중독이 된 최씨, 과소비로 부도가 나서 가족이 해
체된 양씨, 고시공부 한다고 거짓말하고 시나리오에만 매달리는 영민 등 갑
자고시원의 거주자들은 모두 사회에서 내몰린 인물들이다. 스스로 힘을 길러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잠시 머무르는 이들의 삶은 새로운 주인인 고등학
생 동교가 찾아오며 급변한다.
자신이 가장이기 때문에 월세 없이 생활비까지 자신이 감당하고, 월급까지
주겠다는 믿을 수 없는 동교의 제안에 흔들이는 사람들. 결국 그들은 점차
그 뜻을 따르며 현재의 행복에 취해 오히려 삶을 놓아버린다. 하지만 ‘거
짓 희망’에 따른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장씨는 고시원을 벗어나 현실로 나
아간다.
이처럼 작품은 이웃이 곧 가족이 되는 1인 가구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집과 가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굴러 떨어질 줄 알면서도 삶의
무게를 견디며 언덕을 오르는 장씨가 될 것인가, 거짓 희망에 인생을 맡긴
채 잠시라도 현실을 회피하고 희망을 꿈꾸는 거주자들이 될 것인가. 선택
은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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