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지 말자’라는 독특한 이론으로 일본 의학계 주류의 이단자로 심한 따돌림을 받아 온 곤도 마코토(近藤 誠) 박사가, 이번에는 ‘암 검진(檢診)은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글을 써 일본정부 보건 정책에 도전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의료원 교수팀 연구로 한 번 건강검진으로 11년 치 방사선 허용량에 피폭될 수도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방사선치료 전문의인 곤도 박사는 CT(컴퓨터 단층 촬영)는 방사선 과다 피폭 위험이 있으니, 검사가 필요할 때는 CT 대신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택하라고 평소에도 강조해 왔습니다.
2013년에 낸 그의 책 ‘의사에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한 47가지 수칙’이 100만 부가 팔려 대중의 인기를 끌었으나, 그의 지론 중 특히 항암제 무용론은 일본 후생노동성, 의사회, 제약회사 등의 강력한 반발을 받아, 언론매체를 통한 거센 찬반 논쟁이 지금도 계속 중입니다.
항암제는 암 세포뿐 아니라 인체의 면역 세포도 죽인다는 그의 이론을 일부 인정하는 의사들도, 너무 커진 암 덩어리를 수술하기 좋게 축소시키는 방법은 항암제 사용밖에 없다고 그의 항암제 사용 반대론에 거리를 둬왔습니다.
암 검진을 반대하는 그의 새로운 글은 일본 최대 대중월간지 ‘분게이�주(文藝春秋)’ 5월호의 ‘최신 의료 승차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특집에 실렸습니다. 이 특집의 첫째 기사로 소개된 것은 교토(京都)대학 명예교수 혼조 다스쿠(本庶 佑) 박사와 평론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 陵) 씨의 최신 암 면역요법에 관한 대담이었습니다. 화제의 중심은 최근에 일본시장에도 나온 새로운 암 면역제 '니볼마브'이었습니다.
2014년 11월 미국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임상실험(臨床實驗)에서, 혼조 박사팀이 개발한 '니볼마브'는 418명의 피부암 환자를 반으로 나누어 한 실험에서, 깜짝 놀랄 결과를 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1년 후 생존자가 ‘니볼마브’ 사용 그룹은 70%였는 데 비해, 기존 항암제 사용 그룹은 40% 이하였고, 1년 4개월 후에는 전자의 생존율은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또 하나의 그룹 생존율은 20% 이하로 떨어져, 더 이상 실험 계속은 비인도적이라 해서 중단되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2014년 9월에 피부암 치료용으로 이 약이 허가되고, 작년 12월에 폐암 치료로 사용이 확대되어 일반인의 주목을 받은 뒤, 현재 신장(腎臟)암과 혈액암 환자에 대한 적용도 후생성에 신청 중이라고, 혼조 박사는 밝혔습니다.
종래의 항암제는 1년 정도의 연명 효과를 가진 것도 있었지만, 생존율의 면에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혼조 박사는 말하고, “어차피 인간은 죽는 몸이니 자연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곤도 박사의 암 방치 이론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령자의 전립선암의 경우, 치료와 방치 사이에 큰 변화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곤도, 혼조 두 박사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하는 보건 담당 정부 부처나 영리에 얽혀 옳은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일부 의사와 제약사를 비난했습니다. 남의 일처럼 듣고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필자소개 :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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