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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4월25일 07시17분 ]

지난 13일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선거 결과를 두고 20대 국회가 지난 19대 국회보다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도록 더 압력을 가할지, 아니면 대승적 입장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력해 나갈지의 선택은 야당에 칼자루가 쥐어져 있다고들 합니다. 우리 사회의 총선이나 대선에서 유권자인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가 왜 정치권의 집단이기와 자기중심적 판단에 따라 마구 휘둘려지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정치권의 혼란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며, 노벨상의 창립자인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 성찰해 볼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1888년에 노벨의 친형인 루드비히 노벨이 프랑스 칸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한 신문에서 이 사실을 노벨의 사망으로 잘못 알고 죽음의 상인, 사망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대서특필했다고 합니다. 당시 부와 명망을 누리며 살고 있던 노벨은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지적한 이 신문 기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벨은 그가 발명한 다이너마이트의 특허를 비롯해 350개 이상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고, 폭탄과 탄약 제조공장 등을 포함해 90여 개가 넘는 사업체를 거느린 굴지의 기업인이었습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나름대로 사회에 공헌도 많이 해왔다고 자부하며 살아온 노벨에게 자신의 삶이 사람들에게 '죽음의 상인'으로밖에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벨은 7년이 넘게 나는 (죽어서)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끝에 죽기 전에 자신의 자산 처분에 대한 유서를 전격 공개하였습니다.

 

18951127일 공개한 유서에서 노벨은 거의 전 재산(94%)을 스웨덴의 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하였습니다. 이렇게 노벨이 기부한 유산을 기금으로 1901년부터 과학, 문학, 평화 분야에서 인류에게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노벨상이 제정되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수상을 원하는 세계 최고의 상으로 우뚝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벨의 유언에 의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1969년부터 경제학상이 제정되어 함께 수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수상한 평화상을 제외하고는 과학 분야는 물론 문학이나 경제학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벨이 자신에게 던진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물음은 노벨에게 지나온 삶을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자신이 진정으로 기억되고 싶은 모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노벨의 생각을 떠올리며 총선의 당선자들이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국민)에게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임기 중에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낙선자들도 당선자나 유권자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에 앞서 자신이 총선에 나섰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회의원 당선자들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위시한 고위공직자들 모두가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정치인들만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의 패턴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교사가 학생들에게, 기업의 경영인들이나 언론인들이 대중을 향해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고 자신에게 외치는 자성(自省)의 소리가 사회 전반에서 메아리쳐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커다란 문제들의 배경에는 잘못된 사회 관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관습이 정착하려면 교육이 혁신되어야 합니다. 이제 교육 현장도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와 같은 자기중심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배려하는 마음을 심는 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삶이 무척 바쁘게 돌아간다고 느껴질 때 한번 멈추어, 자신에게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날들을 바라보는 오늘의 삶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기억되고 싶은 모습의 밑그림을 그려보면 미래로 향하는 삶의 길이 좀 더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필자소개 :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bangjw@cnu.ac.kr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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