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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5월12일 06시35분 ]

우선 지하철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출근 시간이 막 지나선지 그날따라 찻간은 한산했습니다. 일반석도 노약자석도 빈자리가 여러 곳이었습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노약자석에 앉아 태블릿 pc를 열었습니다. 미처 점검하지 못한 메일을 살펴볼 참이었습니다.

 

몇 정거장 지나자 우르르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그런 중에 약간의 충돌이 있었던가 봅니다. “내린 다음에 타셔야지요!” 나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밀고 들어온 이들은 그런 소리에 아랑곳 않고 자리 잡느라 부산했습니다. 메일에 집중하려던 탓도 있었지만 나무라는 소리를 핑계 삼아 저런 이들이야 거들떠볼 이유도 없다 싶었습니다.

 

무리 중 한 사람은 제 옆자리에 앉고 한 사람은 그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하긴 전철 간에서도 않지 말고 서서 가는 게 건강에 좋다 그러데."

", 그럼. 아직도 팔팔한데, !"

얼결에 아직 팔팔하다는 이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순간 참 난감해졌습니다. 낮춰 잡아도 아저씨뻘? 안 돼도 형님뻘은 분명했습니다. 엉거주춤 일어나 양보하니 괜찮다면서도 자리에 앉았습니다. 두어 정거장 지나자 할머니 한 분이 올라왔습니다. 뜻밖에 아저씨뻘쯤 되던 이가 냉큼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연배는 비슷했지만 그래도 여성이니 양보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제게 다소 멋쩍은 미소를 보냈습니다. 마치 뒤늦게 빚이라도 갚았다는 양. 미소나 칭찬이 하품처럼 전염된다더니 어쩌면 자리 양보도 전염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2백 명이 넘는 엄청난 인원이 6대의 전세버스를 나누어 타고 남해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급한 볼일을 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지요. 버스에서 일시에 쏟아져 나온 일행이 화장실에 몰렸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변기마다 볼일 보는 사람으로 꽉 차 있는 상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뜻밖에 변기에서 멀리 물러나 문간에서 줄을 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리 하나 날 때마다 맨 앞사람이 차례로 들어가 볼일을 보았습니다. 냄새나는 화장실 변기마다 매달려 혼란스럽던 여느 때 풍경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아니, 언제부터 우리가 이런 줄을 만들었지? 아주 작은 일이지만 아주 큰 변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따금 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 같은 데서나 보던 광경이었습니다.

 

화장실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소개하고 싶습니다. 2002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준비로 분주하던 1998년이었습니다. 전국 10개 도시에 새로운 축구 전용 경기장을 짓느라 구슬땀을 쏟을 때였지요. 그래도 언론은 연일 우리의 월드컵 준비가 늦어졌다고 두들겨 월드컵대회조직위원회 홍보담당인 저로서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런저런 연유로 10개 경기장 건설현장 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원의 당시 심재덕 시장이 뜬금없이 수원성 근처의 신축 공중화장실로 일행을 안내했습니다. 외관은 미려한 수원성의 부속건물 같았고 내부는 미술전시장처럼 깔끔했습니다. 이게 공중화장실이라니, 모두가 탄성을 올렸었지요.

 

우리의 화장실 혁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영덕 전 총리를 회장으로 한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전국에 공중화장실 개선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도심 곳곳에 마치 화랑처럼 우아한 공중화장실이 들어섰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가정집 못지않게 깨끗한 화장실이 마련되었습니다. 어떤 곳엔 멋진 액자가 걸리고 또 어떤 곳에선 상큼한 향기마저 풍겼습니다. 우리 공중화장실은 이제 구미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할 만한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수원시는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리던 고 심재덕 시장을 기려 해우재(解憂齋)라는 박물관을 운영하며 지금껏 세계의 낙후된 화장실을 개선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 시설의 혁신에 걸맞게 우리의 공중화장실 사용 문화도 개선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러 수도꼭지를 누르지 않아 좋지 않은 냄새가 새어 나오는 곳도 있고, 누군가 화장지를 통째로 집어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화장실 안에서 변기마다 줄을 서는 경우 일 보는 사람도 불편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어색합니다.

아무리 혼잡한 곳에서라도 처음 두 사람만 제 몫을 해주면 질서가 잡힌다고 합니다. 첫 번째 사람이 제 역할을 찾고, 두 번째 사람이 그를 존중해 제 차례를 지킨다면 그다음, 다음다음 사람 역시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편리한 방법, 질서가 곧 미덕입니다.

 

질서를 지키고, 예의를 지키고, 선행을 베푸는 것은 남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하고, 우리 자신을 위하는 일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필자소개 :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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