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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6월09일 07시38분 ]

이 세상엔 수없는 직업이 있습니다. 어느 직업의 종사자든 사람들은 저마다 나라와 사회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직업은 곧 생업이기도 합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뜻인데, 그 일이 자신에게 즐겁고 남들에게서도 의미를 인정받을 수 있는 보람까지 갖춘 것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이 사람은 왜 이런 일을 하고 저 사람은 왜 저런 일을 하며 살아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윽이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직업은 모두가 다 미리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팔자가 그렇게 돼 있어 창업을 하고 어떤 사람은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 있어 대학교수가 됩니다. 이 세상에 나올 때 타고난 운명은 물론 자라온 환경과 부모의 직업, 친우관계도 당연히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이끌어 나가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직업을 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선택이며 다른 사람들이 강제할 수 없는 독자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는 존재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각자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한 직업 중에서 검사라는 법조인을 생각해 봅니다. 검사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범죄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를 법원에 기소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회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죄를 지은 사람들을 벌 받게 하는 일이 검사의 기본 임무입니다.

 

검사는 없어서는 안 될 직업입니다. 죄와 죄인을 다루는 사람이니 도덕성이 높고 전문적이어야 하며 매사 공정해야 합니다. 일 처리가 한결같고 공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사조직은 군대와 같은 상명하복과 선·후배 관계를 강조하고, 검사동일체 원칙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사치고 훌륭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거들먹거리고 시건방지고 자기밖에 모르거나 안중에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피의자 용의자나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이는지 몰라도 늘 의심과 불신의 눈길로 남들을 대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일반인들은 낮잡아보면서도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권력과 출세를 위해 비굴하게 몸을 낮춰 행동하고, 내부 사람들과의 정과 의리는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 낮습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의리나 선·후배 간의 의리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해관계가 같거나 경쟁 상대가 아닌 경우에 한할 뿐입니다. 비리로 적발된 동료의 불행을 즐기거나 이용하고, 심지어 고자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 자체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서로 정을 나누고 신뢰를 도탑게 하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결코 아닙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행세하는 기관장들의 행태가 꼴불견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중에서도 검찰 간부들이 노는 모습은 더욱더 검찰에 대한 염증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관들의 우두머리로부터 검찰 간부들의 안하무인적 행태를 여러 번 들은 바 있습니다.

최근엔 주식 대박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는 진경준 검사장,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전관로비 행태와 탈세로 망신을 당한 홍만표 전 검사장, 여기에 거액의 수임료와 전관예우 문제로 구속된 부장판사 출신 여변호사까지 꼴값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벤츠검사가 말썽이 된 일도 있을 만큼 검찰 관계자들의 비리와 파렴치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관예우에 청부수사, 억지수사, 표적수사, 강압수사, 별건수사...바뀐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정부는 수시로 검찰 개혁, 법조 개혁을 부르짖고 검찰은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과 반성을 다짐해왔지만 무엇이 달라지고 나아졌습니까? 그동안 깎고 깎은 뼈를 생각하면 몸이 남아 있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정의롭고 정직하고 정정당당한 검찰을 좀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자율적인 검찰 개혁은 가능하지도 않고 실효도 없습니다. 이제 20대 국회가 시작됐으니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 권력에 대한 감시제도를 포함한 전반적 검찰 개혁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논의하기 바랍니다. 법조 출신이 많아 원활한 논의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19대 국회보다는 여건이 나아졌다고 생각됩니다. 지속적으로 검찰 개혁을 외치고 촉구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검찰은 권력을 쥐고 군림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서비스직 종사자가 돼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필자소개 : 임철순

1974~2012년 한국일보 근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및 이사대우 논설고문을 역임했다.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수상.

현재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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