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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6월22일 09시12분 ]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것이냐, 잔류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영국 국민투표가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여부가 판가름나는 것입니다. 영국의 운명은 물론 유럽 전체의 미래가 달려 있는 선택입니다. 결과에 따라서는 국제질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영국 국민들이 찬반 논란을 벌이며 두 패로 나뉘어 날카롭게 대립해 온 데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영국은 EU에 가입했으면서도 원래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회원국 사이에 통용되는 유로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사례입니다. 과거부터 사용해 오던 파운드화가 그대로 국가 통화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프랑화를 비롯해 독일 마르크화, 이탈리아 리라화, 스페인 페세타화 등이 공통화폐인 유로화로 통합된 이후에도 영국은 독자적인 통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자체가 다른 회원국들과의 장벽입니다.


물론 EU 회원국으로서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비(非)유로존 나라가 영국만은 아닙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포함해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이 마찬가지입니다. 북유럽이나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의 패권을 다투던 대륙 중심부 국가들과는 경제적 활동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 까닭이겠지요. 그중에서도 영국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꼽히는 것입니다.


EU는 종래 단일시장 구축 목표를 내세웠던 유럽공동체(EC)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1993년 출범한 국가연합체입니다. 국경을 허물고 ‘하나의 유럽’을 이룸으로써 같은 유럽 시민으로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 이러한 환상이 상당히 꺾인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회원국들 사이의 경제적인 입장 차이에 가장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 위기가 터져 나왔고, 지난해에는 끝내 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그리스 정부의 EU 탈퇴 가능성으로 인해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그렉시트(Grexit) 위기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재정적자를 겪는 나라의 부채를 부유한 나라들이 같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회원국 중에서도 이에 대한 견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 분열상이 노출되고 있으며, 비유로존 국가들은 유로의 위기가 바깥으로 확산되지 않게 울타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국은 비유로존에 속하므로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들과 노선 차이를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번 브렉시트 논란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영국은 현 EU의 모태가 된 EC 합류에 있어서도 그렇게 흔쾌한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EC가 1967년 기존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등 3개 기관을 통합하여 설립될 당시 창립 회원국은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6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영국은 프랑스 드골 정부와의 마찰로 가입을 미루다가 1973년에야 가입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히스 총리 때의 얘깁니다.


EC가 영국의 가입으로 비로소 제대로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럽국들이 나름대로 힘을 합쳐 당시 초강대국이던 미국과 소련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영국의 EC 가입이 계기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영국으로서도 이웃 나라들과의 연대를 통해 ‘대영 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처칠 총리도 일찍이 유럽 통합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가 1946년 취리히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유럽 가족들을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으로 재창조할 필요가 있으며, 그 첫걸음으로 유럽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입니다. 제2차 대전이 끝난 상황에서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전쟁을 막는 방법으로 제시된 해법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무력으로 유럽 통합을 이루려 했다면 처칠은 평화적인 방법을 내세웠던 것이 차이점입니다.


이러한 구상대로 유럽 통합이 단계별로 진전돼 왔건만 영국의 탈퇴 움직임으로 EU가 출범 23년 만에 최대 시련에 부딪친 셈입니다. EU 잔류를 지지하던 노동당 소속 조 콕스 하원의원이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 이후 영국 사회에서 여론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미 EU의 결속력에는 상당한 흠집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 통합이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이제 세계의 눈길은 영국 국민들의 마지막 선택에 쏠려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 그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좋든, 싫든 자기 운명은 자기들이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 결정이 영국만이 아니라 지구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사도 현명한 선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필자소개




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실장. 전경련 근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 역임. 미국 인디애나대학 저널리즘스쿨 방문연구원.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영원한 도전자 정주영' 등의 저서가 있다.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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