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측근들은 ‘휴가’라고 설명했으나, 그의 미국행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바로 정국 구상이다.
<뉴시스>[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소리 소문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행선지는 미국이다. 측근들은 ‘휴가’ 차원으로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선 다소 갑작스러운 일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출국(지난 5일)한지 이틀째가 돼서야 소식이 전해진데다 이른바 ‘강연정치’와 지역구 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예상치 못한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 한 측근은 안철수 전 대표가 출국하기 3일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휴가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미국행을 숨길 이유가 없는 한 그의 ‘휴가’는 갑작스럽지만 아주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내년 대선 앞둔 휴가, 유학 중인 딸과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 후 메시지다. 휴가라고 못을 박았지만, 반대로 정치인에게 휴가란 정국 구상을 위한 시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행은 안철수 전 대표가 선례를 남긴 바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마찰을 겪은 그는 후보직 사퇴 이후 투표를 마치자마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82일 만에 다시 돌아온 안철수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선언과 함께 4·24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인천공항 도착 직후 기자회견을 자처한 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하지 못한데 대한 무한책임을 느낀다.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는 제 몸을 던져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걷겠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고의 시간’ 끝에 내놓은 해법은 ‘소통’과 ‘통합’의 정치다. 사실상 그의 ‘새정치’는 미국 체류기간 구체화되고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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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대표는 중요 사안을 언급할 때마다 미국의 정치인을 떠올렸다. 그의 미국행이 심상치 않은 배경 중 하나다. <뉴시스> |
안철수 전 대표는 이듬해인 2014년 말에도 미국행을 택했다. 유학 중인 딸 설희 씨를 만나 가족과 함께 모처럼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부재는 뒷말을 낳았다. 2·8 전당대회에 앞서 진행되는 예비경선에 불참하게 됐다는 점에서 “전대 보이콧이 아니냐”는 섣부른 예측이 나온 것. 이에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일부러 투표를 피한 게 아니다”며 반박했다. 실제 그는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미국행은 정치적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대선과 전대 전후라는 정치적 배경이 그랬고, 귀국 후 내놓은 메시지가 그랬다. 무엇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중요 사안을 언급할 때마다 미국의 정치인을 떠올렸다.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당명이 ‘국민의당’으로 최종 확정됐을 당시 링컨 대통령의 표현을 빌어 “국민의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당의 준말”이라고 설명한 것이 일례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는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영화 ‘링컨’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한 바 있다.
◇ 4차 산업혁명·미래성장동력 구상 구체화할 듯
안철수 전 대표는 창당 이후 야권의 심장 광주를 처음 찾아서는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거론하며 “주먹을 쥐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데에는 ‘노변담화’로 유명한 루스벨트 대통령을 끄집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각 정당 대표를 만나 설명하고, 이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해야한다”는 게 안철수 전 대표의 생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미국행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미래성장동력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연구소인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의 방문 계획을 세운 배경이다. 하지만 이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두어 차례 상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딸 설희 씨를 포함한 지인들을 두루 만난 뒤 이르면 오는 주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출처 : 시사위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