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사는 김애성(86) 할머니가 ‘아이들이 맘껏 공부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데 써달라’며 평생 모은 전 재산 2억원을 지역아동센터 자립기금으로 기부했다.
숭의·예향꿈터·꿈나무 등 3곳의 수혜 지역아동센터는 1일 오후 미추홀구 숭의지역아동센터에서 김 할머니의 ‘지역아동센터 자립기금 전달식’을 열었다. 윤상현(자유한국당, 남구을) 국회의원은 김 할머니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 할머니가 전 재산을 지역아동센터 자립기금으로 기부한 것은 ‘월세도 못내 존폐 위기에 처한 지역아동센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란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기아 아동을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었던 김 할머니는 지역아동센터의 존폐 위기 소식을 접한 뒤 가까운 동네 아이들부터 먼저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김 할머니는 “사회 기부단체에 기부할까 생각도 했는데 이름만 남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라며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꿈을 키워주는데 쓰이면 그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1933년생인 김 할머니는 충청도가 고향이다. 5살 때 정미소를 운영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인천에 정착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아버지와 3남2녀 형제자매들이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모르거나 죽어 어느새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장이 됐다고 한다.
결혼 뒤 남편이 사고로 일찍 작고하면서 자녀 셋과 홀어머니 부양을 맡았다. 김 할머니는 이때부터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는 두부 배달을 하다가 두부 공장을 직접 운영했고, 땔감을 찾으러 갔던 제재소에서 일을 배워 목재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7 ~ 8년 전까지만 해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김 할머니는 자녀들의 자립기반을 다 마련해 준 뒤 사회공헌을 고민하다가 이번에 기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죽으면 가져갈 것도 아닌데 어디엔가 좋은 데 쓰이고 행복하다면 그만큼 큰 보람과 행복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순미 숭의지역아동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의 자립을 위해 헌신적인 도움을 주신 김애성 할머니에게 정말 감사를 드린다”며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한 아이도 빠짐없이 정성껏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감사패를 전달한 윤상현 의원은 “오늘 김애성 할머니의 숭고한 기부는 각박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해 잠시나마 소외되고 어려운 우리 이웃들을 돌아볼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며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새싹들의 미래와 꿈을 위해 평생 모으신 전 재산을 쾌척하신 것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