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13년 세법계정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됐던 의료비와 교육비 등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신용카드 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0%로 축소된다.
연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에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50만원까지 세액을 환급해주는 ‘자녀장려세제(CTC)’가 도입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에는 1인당 100만원의 세금이 감면되고, 종교인 소득과 공무원 직급보조비 및 재외수당에도 소득세가 과세된다.
정부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향후 5년간 조세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조세부담률을 올해 20.2%에서 2017년 21%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근거해 마련한 이번 세법개정안은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세제’란 비전 아래 △국정과제 적극 지원 △국민중심 세제 운영 △과세형평 제고 및 세입기반 확충을 3대 기조로 삼았다.
우선 고소득층에 유리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다. 기재부는 세액공제로 걷은 추가적인 세수를 중·저소득층의 자녀장려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기존의 다자녀 추가, 6세 이하 자녀양육비, 출산·입양 공제는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했다. 두 자녀까지는 한 명당 15만원, 세 자녀부터는 한 명당 20만원의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장애인, 경로우대자, 부녀자공제, 한부모공제는 내년 이후 세액공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부녀자 소득공제는 소득금액 1500만원 이하인 사람만 적용된다.
특별공제의 경우 중산층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항목과 보험·연금 등에 대한 지원항목으로 나눠 공제율을 적용한다. 의료비·교육비·기부금 공제는 15%, 보장성보험료·연금저축·퇴직연금·소기업·소상공인 공제는 1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계층 간 세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해 근로소득공제 적용구간과 공제율도 조정했다. 총급여를 기준으로 500만원까지 70%, 1500만원까지 40%, 4500만원까지 15%, 1억원까지 5%, 1억원 초과는 2%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자녀장려세제를 신설해 오는 2015년부터 총소득 4000만원 이하 가정의 자녀에게는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근로장려금은 결혼·양육 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도록 재설계했다. 지급대상 소득기준을 2500만원 이하로 완화하고, 재산기준도 1억원에서 1억4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주택가액요건은 폐지했다.
수급대상도 현행 60세 이상에서 2016년부터는 50세 이상, 2017년부터는 40세 이상까지 확대한다. 또 일할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세제지원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 취약계층에 한해서만 혜택을 늘린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기준은 △상용직 △상시 근로자와의 무차별(임금·복리후생 등) △최저임금의 130% 이상 지급 등으로 정했다. 이러한 일자리를 만든 기업에 한해 고용증대인원 계산을 0.5명에서 0.75명으로 인상해 적용한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노인·장애인에 대한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금액은 청년고용 수준인 1인당 15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약화된 과세기반을 확대한다.
특히 신용카드 공제율은 15%에서 10%로 축소해 현금영수증이나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음식업종 등에 대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한도는 매출액의 30%까지로 설정했다.
종교인 소득이나 공무원 직급보조비 및 재외수당 등 그동안 과세하지 않았던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기로 했다. 단,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15년부터 적용한다. 고소득 작물재배업에도 과세하되 곡물 및 식량작물은 비과세를 유지한다.
치료를 제외한 미용·성형 목적의 모든 의료용역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카지노·경마장·경륜장·경정장 입장료의 개별소비세도 지금보다 2배 인상한다.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 기준금액은 현행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추고, 탈세제보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한도는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린다.
창업초기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 이월 공제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이전소득에 대해선 소득세와 법인세를 5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는 합리적으로 조정해 중소기업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을 현행 3%에서 5%로, 거래비율은 30%에서 50%로 완화한다.
일감을 주고받는 특수관계법인 간 지분이 있는 경우 그 지분에 해당하는 거래는 내부거래로 보고 과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기업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완화해 중소기업에서 모든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엔젤투자의 세제지원을 확대하고자 투자금액의 30%인 현행 공제율을 투자액의 5000만원까지는 50%, 5000만원 초과분은 30%로 차등 적용한다. 공제한도는 연간 종합소득금액의 50%까지 늘리고, 투자대상도 기술성평과 통과 3년 미만의 창업기업까지 확대한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총 2조4900억원 가량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집계했다.
EITC 확대와 CTC의 도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한도 인상 등으로 약 1조9900억원이 감소요인이지만, 소득공제제도의 세액공제 전환과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설정 등으로 약 4조4800억원이 늘어 전체적으로는 세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모두말씀에서 “직접적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약화된 과세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복지지출을 통해 더 어렵고 필요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과 국회의 법안심의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며 말하고 “이번 세법개정안이 경기회복의 큰 불쏘시개가 되고 서민·중산층의 체감이 되도록 아랫목을 지펴주는 장작불이 돼 타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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