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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는 추운 겨울날,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을 함께 하자는 의미
등록날짜 [ 2013년12월23일 09시04분 ]

주말 오후 아이와 함께 시내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연말이어서인지 지하철역은 인파로 가득 차서 한 걸음 내딛기도 쉽지 않을 만큼 복잡했습니다.

 

그 가운데에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붉게 들려왔습니다.

아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저를 이끌고 나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선냄비를 볼 때마다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동적으로 “엄마 돈 !”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지갑을 열어 아이에게 돈을 건네자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자선냄비에 성금을 내고 돌아섰습니다.

 

아이의 등 뒤로 붉은 옷을 입은 봉사자들이 환호를 해주자 아이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역력합니다. 그리고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묻습니다.

 

“엄마, 왜 자선냄비는 연말에만 있어?” 1년 열두 달이 아니라 왜 12월에만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는 추운 겨울날, 성탄이 가까워지니 불우한 이웃을 더욱 생각하고 나눔을 함께 하자는 의미라고 말해주면서도, 저 역시 왜 연말에만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활발해지는지, 1년 열두 달 다양한 방식으로 나눔과 기부문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독교의 한 교파인 구세군처럼 선교와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종교단체들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8년 명동에서 처음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연말 불우이웃을 돕는 국민적 모금 캠페인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액수에 상관없이 참여한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붉은 마법의 냄비입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은 대한적십자사가 보낸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였습니다.

 

여느 공과금 통지서와 같이 노르스름한 종이 상단 우측에 붉은색 네모 칸이 있고 그 안에 지로번호와 금액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구세군 냄비는 자유로이 느껴지고 적십자 회비 통지서는 강압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생각이 필요해졌습니다.

 

둘 다 나눔을 위한 성금인데, 일반 세금 및 공과금 납부 통지서와 같이 딱딱한 형식을 띠고 있는 대한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는 그 모양에서 강제적 의무감을 동원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진 납부 성금이라고 하지만 고지된 금액과 납부기한과 지로 형식에서 의무감을 벗어나기 힘들고 괜한 부담마저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굿네이버스를 통해 지구촌 나눔 가족 희망편지쓰기를 합니다.

 

도와줘야 할 친구의 사연이 담긴 CD와 저금통, 편지지를 받아오는데, 먼저 영상을 보면서 친구의 아픔을 들여다봅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네팔에 살고 있는 열 살 소년이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채석장에서 보안경도 쓰지 않고 맨손으로 돌을 깨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르완다의 열 살 소년은 10kg이 넘는 물동이를 지고 나르며, 방글라데시의 여덟 살 소년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생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가난 때문에 어린 노동력이 착취되어야 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그런 친구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자는 희망 캠페인입니다.

 

친구를 위로하는 편지를 쓰고 저금통에 돈을 모아 학교를 통해 다시 굿네이버스로 보내면, 그 다음번엔 내가 도와준 친구들이 어떻게 희망을 찾아가는지 소식을 다시 듣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은 나의 기부를 시각화하여 보람을 느끼게 하고 지속적 실천 의지를 높여줍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적 측면의 효과도 크기 때문에 동참의지도 강해집니다.

 

이외에도 기부의 경로와 방법은 나날이 세련되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부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적십자회비 납부 통지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2013년 12월 10부터 2014년 1월 31일까지 적십자회비 집중모금기간이라고 하며, “기적을 만드는 30cm 종이”로 이 납부 통지서를 홍보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게 하려면 의무감을 앞세우는 형식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현행 지로용지 방식이 성금을 거두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면 국민들에게 보다 성취감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 개발이 필요합니다.

 

좀 더 유연한 국민적 성원과 모금활동을 기대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동참하는 따듯한 연말, 다양한 나눔의 방법과 시간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필자소개
 

                     안진의

 한국화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색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에서 채색화와 색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화폭에 향수 사랑 희망의 빛깔로 채색된 우리 마음의 우주를 담고 있다.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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