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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 전화 걸어 무자비한 노선 단축 항의
등록날짜 [ 2014년01월29일 08시09분 ]

 

작년 가을 서울에서 마니산으로 가는 3100번 버스를 탔습니다.

한 시간쯤 갔을까요? 김포시 양곡읍이었습니다.

 

농자재와 종묘상이 많은 이곳은 길도 2차선으로 조밀한 데다 신도시의 광폭 도로 곁에 초고층 아파트가 임립하면서 퇴락하는 느낌이었는데 몇 안 되는 승객들이 모두 부지런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기사가 종점이라며 연신 내리라고 재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여기가 종점이야’. 투덜대면서 버스를 내려서보니 차체에 노선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부터 서울 신촌역에서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화도터미널까지의 60여 킬로미터 노선이 양곡읍까지로, 딱 절반 단축된 것입니다.

 

10년 이상 자가용처럼 애용하던 노선이 사라졌으니 허탈과 상실감, 배신감이 분노로 변했습니다.

 

즉각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무자비한 노선 단축에 항의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촌을 이루면서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푸른 논을 자랑하는 김포 들판이 우리나라 벼 재배의 발상지라는 광고탑을 보며 다니던 이 버스가 적자를 견디다 못해 노선 단축에 들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도는 서울, 부산, 인천과는 달리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아 적자를 메울 길이 막막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과거 3100번이 직행 시외버스였을 때는 송정역과 김포 청송마을, 온수리, 마니산과 종점에만 정차했고 가장 비쌀 때의 요금은 5,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돌지 않고 빨리 갔기 때문인지 등산객 등 승객들이 꽤 많아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되었습니다. 요금을 20~30퍼센트 내렸을 때 어느 일간지는 상세한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환승이 적용되자 3100번 요금은 2,000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정차하는 곳이 많아져 운행시간이 늘어 행락 철을 빼고는 손님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2012년 9월부터 한강로라는 구원투수를 만나 청송마을부터 개화역까지 무정차로 달렸죠. 아라뱃길 입구에서 48번 국도로 나와 김포공항 쪽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화도 종점에서 개화역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약 40킬로미터라는 지리적 거리는 운행시간이 줄자 심리적 거리를 단축시켰습니다.

 

3100번은 외국인 승객도 심심찮게 발견되는 국제적(?) 노선이었습니다.

마니산이나 전등사를 방문한 일본인들을 곧잘 발견할 수 있었고 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적자노선은 3100번만 영향을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화도 마니산을 츨발해 송정역까지 가던 인천광역시의 60-2번 노선도 양곡까지 단축되었습니다.

 

결국 양곡에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신촌에서 버스 타고 마니산 가는 시간이나 용산에서 KTX 타고 일곱 배쯤 먼 부산 가는 시간이나 비슷하게 된 것입니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구호처럼 균형발전이니 어쩌구저쩌구 하지만 결국 강화도 남부지역은 버스조차 환승하지 않으면 서울에 못 가는 수도권 속의 오지가 된 것이죠. 그러니 강화군을 수도권에서 해제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을 중시한다면서 대중교통을 쫓아내는 이런 반환경적 노선의 단절은 반서민적으로 화도터미널의 상권도 위축시켰습니다.

 

중국집도, 편의점도, 택시 기사도 손님이 줄었다고 울상입니다.

대중교통의 불편이 이용객의 감소로 이어진 것이죠.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내국인 관광객이나 등산객들도 서울에서 60여 킬로미터를 가장 노후한 시내버스로 신도시 아파트를 빙빙 돌아 환승하면서 타고 가자면 머리가 아픈 것이죠. 더욱이 60-2번 버스는 버스정보시스템이 없어 언제 도착하는지 정보판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6월이 지방선거인데 나는 모든 버스정류소에 버스도착 정보판을 달겠다고 공약하는 지자체장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입니다.

 

60-2번 버스노선은 단축된 대신 자주는 다니지만 한 대의 승객이 하루에 200명이 안 돼서 적자를 면할 수준의 10분의 1정도라고 합니다.

 

결국 이 노선은 연간 수억 원을 오는 9월 아시안게임 개최로 허덕이는 인천의 지방재정에서 지원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노선 단축을 보면서 삐걱대는 복지를 봅니다.

 

작년에는 여러 곳의 평생학습관에서 60세 이상의 노령에게 제공하는 교육비 할인혜택을 예산부족으로 축소했습니다.

 

때마침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어느 예비후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는 달리는 버스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김포시의 노선 단축은 민주주의의 단축이 분명합니다.

 

그는 ”경기도 버스는 전적으로 민간회사가 운영하고 있고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노선도 폐기되는 현실“이라며 공영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나라 형편이 어떻게 기우는지 모르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시대의 화두가 복지라고 앵무새처럼 떠들며 손을 벌립니다.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인프라가 입으로 완성되는 줄로 착각합니다.

종자용 콩 한 쪽도 반으로 쪼개야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얼마 전 야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상복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나는 거꾸로 생각합니다.

복지는 세금에서 나오고 세금은 경제가 성장되어야 증가합니다.

 

세금이 보장하지 못하는 복지의 구멍을 버스 노선 단축의 실례에서 경험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도가 학교 무상급식에 지원할 돈이 없다고 손 들었습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세금 없이는 무상보육을 지속하기란 어려운 것입니다.

 

해답은 하나죠. 경제성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4분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퍼센트에도 못 미쳤습니다. 작년 GDP성장률이 겨우 2.8퍼센트라고 합니다. 아시아 최하위권의 부끄러운 실적입니다.

 

경제가 잘 될 리 없죠. 정치가 뒷받침 해줘야 하는데 정치보다 정쟁에 몰입하는 국회에서 무슨 생산성을 기대하겠습니까?

 

좀 더 많이 놀자는 분위기에서 경제성장이 떨어진다면 복지는 물론이고 나중에는 지하철이나 고속도로, 지방공항, 교량 건설은커녕 이들을 유지 보수할 돈도 부족해 각종 사고가 터지는 인프라의 역습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신분당선 같은 노선들이 최첨단을 자랑하지만 그런 추세가 지속가능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미국에서 노후한 다리들이 끊어지는 것은 예산부족으로 보수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곧 6ㆍ4지방선거가 다가옵니다.

유권자들은 입으로 일하려는 쌈꾼이 아니라 머리와 손발로 움직이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유권자가 정치인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십시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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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시골에서 (2014-02-05 09:13:10)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 (2014-01-26 05: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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