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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도 때와 장소에 따라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
등록날짜 [ 2014년03월11일 02시23분 ]

미국이 언론자유의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수정헌법 1조에 언론자유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수정헌법 1조를 둘러싸고 옹호와 수정 주장이 맞부딪쳐 무수한 법원의 판례가 나왔고, 그 판례가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론자유의 이론과 규범이 됐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 Present Danger)’ 이론과 ‘실재적 악의(Actual Malice)’ 이론입니다.

 

전자는 깜깜한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까지 언론의 자유로 용인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언론자유도 때와 장소에 따라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이론은 종종 그처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으면 언론자유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원용됩니다.

 

언론자유를 제한할 목적으로 내려진 판결이 오히려 언론자유를 보호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는 겁니다.

 

‘실재적 악의’ 이론은 공인이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언론이 어떤 악의를 갖고 그런 보도를 했는지 공인 스스로 입증하라는 판결에 바탕한 이론입니다.

 

이런 여건에서 공인이 민간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더라도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공직자는 민간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고 미국에선 실제 그렇게 운용됩니다.

 

작년 9월6일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이후 반년이 지났습니다.

 

공인의 사생활, 보도의 공정성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을 불러 온 이 사건은 혼외 아들이 맞는지 여부는 미궁에 빠진 채 검찰의 두 갈래 곁가지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보도는 채씨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그의 명예는 치명적인 손상을 당했고, 결국 검찰총장직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 규명도 위험에 빠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공직 윤리 측면에서 보면 채씨는 공직에 대한 신뢰를 위험에 빠뜨린 측면이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공인 중에서도 최정상급에 있는 공인으로 엄격한 윤리가 요구됩니다.

보도에 다소의 무리가 있거나 허위가 있더라도 그것은 ‘사실로 오인한 실수’로 법이나 상식으로 용납될 것입니다.

 

더욱이 채씨에게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무기가 있습니다.

자신과 혼외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받아 자신의 주장대로 보도가 허위임을 입증하면 됩니다.

 

채씨는 처음엔 그렇게 할 듯하다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마저 취하한 뒤 잠적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가 침묵하고 있는 동안 곁가지 수사를 통해 보도가 사실임을 증명하는 정황들이 계속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침묵으로 미루어 그는 위험 속에 자신을 가두어 두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가 일부에서 주장하듯 채씨의 명예를 훼손할 ‘실재적 악의’를 갖고 보도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유전자 검사로 채 씨의 결백이 입증된다면 ‘실재적 악의’는 인정될 여지가 클 것이고, 채씨를 ‘찍어내기’ 위한 청와대와 국정원의 음모설을 입증하는 데도 유효할 것입니다.

 

미국에서라면 생활기록부 기재사항 등 보도의 근거들로 보아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조선일보의 ‘실재적 악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아닙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와는 달리 우리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21조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자유보다 신체의 자유 등 더 앞세워야 할 자유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공직자에 대한 ‘실재적 악의’의 자기입증 책임도 우리 법에서는 원고 피고 모두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언론의 기사만이 아니라 사설 칼럼과 같은 주의주장에 대해서도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소송을 예사로 제기했는가 하면 그런 소송을 많이 제기한 공무원의 고과가 올라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보다는 상당히 공직자가 유리한 여건이지만 채씨는 명예훼손에 관한 형사소송이 아니라 민사상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가 그마저 자진 취하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그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법이 아니라 시간에 맡기기로 한 것 같습니다.

 

검찰총장이라는 직분의 크기와 이 사건이 국민들에게 미친 관심의 크기에 비추어 채씨의 ‘침묵의 선택’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검찰총장 시절의 당당함으로 진실을 밝히고 명쾌하게 매듭짓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가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필자소개

           임종건

74년 한국일보기자로 시작해 한국일보-서울경제를 3왕복하며 기자, 서울경제논설실장, 사장을 지내고 부회장 역임. 주된 관심 분야는 남북관계, 투명 정치, 투명 경영. 현 한남대 교수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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