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2024-11-20 06:11:43
메인페이지 로그인 회원등록 즐겨찾기추가
OFF
뉴스홈 > 칼럼 > 칼럼(사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세션리스트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장난과 거짓말이 성공하면 더 늘고 그 내용도 점차 심각해져
등록날짜 [ 2014년04월03일 07시56분 ]

어떤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열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습니다.

그걸 지켜본 여성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재미있습니다.

엄마: 그거 비상전화잖아. 그걸로 장난치면 어떡해?

아들: ....

엄마: 너 늑대소년 이야기 알아 몰라, 알아 몰라?

그때 옆에 있던 딸이 “엄마, 늑대소년이 아니라 양치기소년이야. 늑대소년은 송중기고.” 그랬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1차로 빵 터졌답니다. 좀 멋쩍어졌지만 엄마는 아이를 계속 꾸짖습니다.

엄마: 너 저걸로 장난치면 나중에 정말 급할 때 아저씨가 와, 안 와? 와, 안 와?

아들: 와.

엄마: 와?

아들: 와야지 어쩌겠어?

엄마: 오긴 오는데, 그렇긴 한데...

 

사람들이 와 웃는 바람에 엄마는 아이를 혼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거짓말로 긴급상황을 알린 아이는 거짓말의 효과와 영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비상전화가 울리면 보안책임자가 와봐야지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모자가 그러고 있는 동안 긴급 출동자는 없었나 봅니다.

 

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은 거지요. 사람들도 웃느라 그 점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가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비상전화를 울리면 사람이 온다는 것도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웃었으니 내가 잘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장난과 거짓말이 성공한 경험이 쌓이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걸 보게 되면 거짓말은 더 늘고 그 내용도 점차 심각해지는 게 아닐까?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이. 웃자고 소개한 이야기에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벨라 드폴로 교수가 147명에게 1주일간 다른 사람을 얼마나 속였는지 쓰라고 하자 하루 평균 1.5회의 거짓말을 했다고 썼답니다.

 

잘 믿기지 않지만 폴 에크먼 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평균 200번, 8분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합니다.

 

모든 의례적 인사와 표정·태도를 포함한 통계입니다. 거짓말은 1)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거나 가까운 사람을 돕기 위한 것 2)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 3)남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 4)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답니다.

 

남을 속여 이득을 보는 의도적 거짓말보다 악의 없는 거짓말이 훨씬 많은 셈입니다.

취직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10분간의 면접에서 평균 3∼4회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거짓말은 용인되며, 일일이 문제 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통해 명성을 얻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려 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요. 학력을 속이거나 논문 표절, 업적 조작과 같은 행동은 우리 사회를 좀먹는 사기행위입니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위장전입,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각종 공과금 미납과 같은 비리가 드러나는데, 사회 유력 인사들의 숨겨진 비리나 거짓말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정신건강에도 해로운 일입니다.

 

그들이 거짓말을 쉽게 하는 것은 거짓이 발각됐을 때의 부담보다 거짓말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익과 보상이 크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쟁이가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에 유리한 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짓말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거짓말에 지나치게 너그러운 의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거짓말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점차 굳어져가고 있는 점입니다.

정치인이든 행정 공무원이든 저지른 잘못 자체보다 그 잘못을 감추고 부인하기 위해 지어내는 거짓말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바꿔 말하면 도덕성이 인간의 잘잘못을 재는 더 큰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닉슨 전 미 대통령의 경우도 워터게이트사건을 부인하고 감추며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 나 결국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되지 않았습니까?

 

일본 심리학자 시부야 쇼조(谷昌三)가 지은 <거짓말 신드롬>에는 정치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행동양상으로 ‘의혹처리 스크립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의심을 받게 될 경우 1단계에서는 무조건 “한 푼도 받은 적 없다”고 화를 내며 부정합니다. 그러다 들통이 나면 2단계에서는 “비서에게 물어보겠다”고 한 뒤 “물어봤더니 받은 적 없다더라. 그러니 받은 적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게 되면 3단계로 “비서가 받은 것을 감추고 있었다. 나도 몰랐다”고 피해자인 척합니다. 그리고 4단계에 가서야 “나는 잘못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당에 폐를 끼쳤으니 책임지겠다”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깨끗하게 잘못과 거짓을 인정하는 게 훨씬 나을 텐데도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거짓말에 관해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한 것은 4월 1일이 만우절이기 때문입니다.

만우절은 진실과 거짓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난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하는 동안은”, 이 말은 진실일까요 거짓일까요? 심리학자들은 “대개 5초 이상, 길게는 10초 이상 오래 나타나는 표정은 거짓 표정일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진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시간은 고작 몇 초 정도라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진실은 짧고 거짓은 깁니다.

 

악의 없는 거짓말은 눈감아 주되 저의와 악의에 찬 거짓말을 가려내야 합니다.

 

유머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대가 마크 트웨인은 “사람이 자신을 속일 수 없다면 다른 이들을 속일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말해진 거짓말만 거짓말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당신 자신을 속이려 하는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폼페이 최후의 날>을 쓴 영국 작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어제 하루 동안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진짜 거짓말쟁이입니다!

필자소개

                  임철순

1974~2012년 한국일보 근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및 이사대우 논설고문을 역임했다.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수상.

현재 한국일보 논설고문, 자유칼럼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편집국 (c122103@hanmail.net)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내용 공감하기
- 작성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키
 10127587
빨간 마후라와 리얼리티 쇼 (2014-04-06 09:22:20)
[칼럼] 우리 삶의 터전 생태계 (2014-03-30 17:38:01)

아름다운동행

칼럼

카메라고발

대학가네트워크

공지

제2기 두뇌교육사 와 ...

한국미래사회복지재단에서는 아래와 같이 브레인창...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

  l 제목 : 도로교통공단 NCS 기반 직원(채용형 ...

미술심리상담사 2급자...

1. 미술심리상담사 교육은 내담자에게 미술이란 창...

어르신 삼계탕 대접 및...

작전1동지역의 계신 어르신들의 삼계탕을 대접하고...

심리상담사1급자격취...

심리상담사1급 자격과정 수강생 모집   1.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