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마 가톨릭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오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시복식’을 위해 벌써부터 일부 교통이 통제되고 경호를 위해 주변 건물에 대한 점검이 시작됐다. 당일 새벽에는 특별 지하철 운행까지 예정되어 있다.
TV 방송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을 조명하고 로마가톨릭교회를 다룬 특집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신문마다 환영의 사설이 실리고 있다. 국내 종교의 수장들 역시 일제히 교황 방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남북 간 화해의 문이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사회 종교 간 화합과 사랑이 증진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다른 한편에서는 교황의 방한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그 한 예로 종교행사인 시복식을 명동성당과 같은 곳에서 하지 않고 굳이 번화한 일반 사회 공간에서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권력을 교황의 수하에 두겠다는 ‘교황 수위권’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해서 성인으로 추대하는 ‘시복식’, ‘시성식’은 교황이 하나님의 대리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교황권을 강화하고 천주교를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는 수단이라는 것.
개신교와는 달리 중앙집권적인 천주교는 교황과 같이 특정인 한 사람이 주목을 받아 사회적으로 호감을 이끌어내어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많은 종교관계 전문가들은 한국 천주교가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인물 덕분에 그 기간 동안에 천주교 교세가 8배나 늘었다는 데 동의한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당시 사회적으로 큰 열풍이 불었던 현상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모습은 많은 교파로 분열되어 있으며,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체 역시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개신교와는 많이 대비가 된다.
그러나 최덕성 브니엘신학대학교 총장은 “천주교가 한 사람을 영웅시 해 세상의 호감을 끄는 시스템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김수환 추기경도 과거 일제시대 때 일본군 장교가 아니었나? 사람이란 아무리 존경받는 이라도 털면 먼지가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천주교라는 조직은 한 사람을 영웅시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조직 자체가 그를 영웅시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런 것은 세상에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개신교는 그들 못지않게 훌륭한 사람이 있어도 어필할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의 본질은 세상에 어필하고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이번 교황 방환을 환영하고 로마가톨릭교회와 일치를 추구하려는 개신교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로마가톨릭교회는 아직도 개신교를 사실상 교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회론의 차이를 지적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을 제일 꼭대기에 두고 그 밑으로 계급화 된 사제들이 피라미드처럼 가시적 형태를 갖는 교회를 교회라고 보지만 신교 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영적 영역인 불가시적인 교회가 보편성, 단일성, 사도성을 가지고 있는 교회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는 신앙고백공동체의 의미가 강해서 교파와 정치 형태가 달라도 같은 신앙고백을 하면 교회라고 인정하고 형제자매라고 부르지만 로마가톨릭교회는 가시적인 조직적 교회의 형태가 강해서 그와는 다른 형태의 교회를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많은 교리적 차이를 가지고 있는 로마가톨릭의 교황을 개신교가 환영하는 것은 자칫 ‘짝사랑’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김영한 기독교학술원 원장은 교황의 방한을 반대하며 “가톨릭은 기독교가 아니다”, “가톨릭은 이단이다”, “교황은 ‘적 그리스도’다”라고 개신교 일각에서 주장하는 극단적 반대의 목소리에 대해 경계를 요청했다. 김 원장은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차이점이 적지 않지만 지나치게 ‘가톨릭은 기독교가 아니라 이단 종교’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둘 다 예배 시 사도신경을 받아들이고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을 고백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톨릭을 기독교로 받아들여야 하며 이웃 종교에 대한 배척 태도는 모든 사람들과 화평을 좇으라는 성경 말씀에 거슬리는 독선적 태도”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종교개혁자인 루터나 칼빈이 초창기에는 당시의 타락한 교황을 ‘적 그리스도’라고 보았지만 이들이 각각 루터교회와 개혁파 교회를 세운 이후로는 공교회인 가톨릭 자체를 이단으로 보지 않고 가톨릭과 연합과 일치를 시도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유럽이 30년이라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쟁으로 인해 양쪽이 많은 피해를 입은 후에 비로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오늘날 종교 간 평화가 유지되는 것을 한국 교회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며 이것은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는 “교황 방한으로 인해 개신교가 선교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개신교 지도자들 때문이지 교황 방한 때문이라고 보아선 안 된다”면서 “개신교인들이 세상에서 기독교인다운 예의를 잘 지키고 개신교 지도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톨릭과 개신교는 교리의 측면과 교회 구조의 측면에서는 입장이 다름을 분명히 해야 하지만 사회의 여러 문제들, 구제의 문제, 북한을 돕는 문제 등등의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오늘날 개신교가 종교개혁의 정신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 더욱 문제이며 이런 기회에 개신교가 종교개혁의 정신에 더욱 충실해져야 한다”고 종교개혁 정신의 회복을 주장했다.
서울신대 조종남 명예총장 역시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이 왜 전 세계적으로 환영 받는지 돌아보고 한국 교회가 영적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에수님의 기본적인 정신으로 돌아갈 적에 한국 교회는 정말 종교개혁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의 방한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교회에 유익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지난 5월 방한한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의 피터 릴백 총장이 한 모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개신교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교황의 방한보다는 사실 우리 기독교인 안의 분립이 큰 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교황의 방한으로 인해 오히려 개신교 내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는 개신교의 분열상을 더욱 드러내면서 오히려 단일한 조직을 자랑하는 로마가톨릭교회에만 유리하게 전개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이런 기회에 개신교가 로마가톨릭교회와 갈라지게 된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하며 그 정신의 장점을 오늘 개신교가 다시 되살리는 쪽으로 한국 교회의 힘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한 예로 종교개혁의 정신인 ‘만인제사장주의’를 들 수 있다.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의 속죄로 말미암아 인간적인 제사적 매개가 없이 하나님과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이 종교개혁 정신은, 사제와 평신도로 엄격히 계급적으로 분리되어 권위주의적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로마가톨릭과는 차별화되어, 일반 성도들이 교회의 모든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개신교의 자랑이다.
실제로 로마가톨릭교회 내부에서도 ‘권위주의에 대해 말하자면 가톨릭교회만큼 찬란한 데가 없다’는 비난이 존재한다. 1906년에 발표된 교황 비오 10세의 회칙에 의하면 ‘교회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이며, 교회는 교계(hierarchy)의 사목자와 신자라는 무리인데, 이 두 부류의 차이는 명확하여 교회의 목적을 촉진하는 모든 권리와 권한은 오직 사목자에게 속하고 신자들의 유일한 의무는 사목자들의 지도를 받고 순한 양처럼 그들을 따르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일반 성도들이 ‘왕 같은 제사장’으로 교회의 몸을 구성하는 개신교의 종교개혁 정신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교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평신도’라는 용어 자체가 천주교에서 계급주의적으로 사제와 평신도로 구분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개신교에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정종성 백석대학교 교수는 “가톨릭과 개신교간의 교리나 해석의 차이는 대부분 각자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차이와 잘잘못에 대한 시시비비는 진위 여부를 떠나 편견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 사회의 처절한 갈등과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개신교가 되도록 시야를 넓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기득권 안주나 옹호가 아니라 끊임없이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예수를 믿는다는 신앙 혹은 진리에 대해 개신교나 가톨릭 양측이 지나친 확신을 갖는 것이 오히려 반신앙적, 반진리적 모습으로 나타나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교황 방한을 계기로 개신교는 좀 더 유연하고 성숙해져서 남북문제와 경제, 사회 양극화 문제, 교육과 고용, 노동 문제, 그리고 산업의 공공성 회복 문제 등 우리 사회 공공의 행복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종교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규 고신대학교 교수 역시 “가톨릭과의 교리적 차이는 이미 종교개혁자들이 지적한 것으로 용인할 여지가 없지만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공해, 인구폭발, 전쟁의 위협, 핵무기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선 가톨릭과 서로 협력하여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신교가 사회적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선교적으로도 유익하다고 밝혔다.
얼마 전 세월호 사고에서도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을 떠올리면 이번에 방한하여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일부에서 ‘쇼’라고 비난하는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본받아야할 태도라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이번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 방한을 계기로 교세가 위축될 것을 마음 쓰기보다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개신교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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