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원 기자]“직접 와서 보세요. 비장애인럭비와는 비교도 안 될 박진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답니다.”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첫 정식종목이 된 휠체어럭비.
휠체어농구는 비장애인농구와 비슷한 룰로 진행되지만, 휠체어럭비는 다르다. 일종의 ‘뉴스포츠’라고 볼 만큼 다양한 종목이 혼합돼 있다.
“휠체어농구의 일부분과 아이스하키의 룰을 따랐습니다. 전술적으로는 럭비와 비슷하지만 테크닉은 핸드볼과 같지요. 쉽게 설명하면 공을 소유한 채 키 에어리어를 통과하면 1점이에요. 4대 4로 경기를 합니다.”
하영준(47) 휠체어럭비 국가대표 감독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장애인스포츠에선 몸싸움이 없다. 휠체어농구의 경우 자리싸움은 허용하지만 세게 와서 휠체어를 받으면 파울이다. 하지만 휠체어럭비는 강도와는 상관없다. 장애인경기 중 가장 거친 운동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휠체어럭비 선수들이 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99%의 선수들이 쿼드(경추장애) 등급이다. 다리는 물론 손, 팔 등 목 이하 기능이 상실돼 사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장애인농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하 감독은 경추장애인의 열악한 재활 시스템을 보며 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휠체어럭비를 활용하기 위해 종목을 전향했다.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럭비를 꾸준히 하다보면 굉장한 운동능력을 갖게 됩니다. 처음엔 혼자 휠체어에도 못 앉던 선수들이 스스로 휠체어를 차에 넣고 내리기까지 하죠. 혼자 운전도 하고 믿을 수가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국내에선 이러한 휠체어럭비 보급을 위해 경증장애인도 참가할 수 있는 일반부팀이 운영되고 있다.
각기 다른 팀에서 선출된 12명의 선수가 대표팀을 이루다 보니 ‘화합’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주장 이명호(35․서울)가 중간 역할을 하며 서로를 다독여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선수층이 얇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다, 평상시 자주 연락하고 지내기 때문에 많이 부딪힐 일은 없어요. 하지만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개개인의 성향이 튀어나올 때가 있어 리더로서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하 감독에게도 역시 숙제가 남아 있다.
“이번 대회 메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이후 휠체어럭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요. 선수발굴은 물론 지도자, 트레이너 등 인프라도 아직 턱 없이 부족합니다. 다음 인도네시아장애인AG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유지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등 한국에 휠체어럭비 보급을 위해 해야 할 숙제가 많죠. 국민들께서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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