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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5년12월27일 20시27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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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고 있는 을미년(乙未年)을 보내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보다가 문득 ‘습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습관의 노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기에 따라 삶의 색깔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직 시절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교양과목 강의 시간에 좋은 습관 들이기의 하나로 걷는 습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별도의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생활지침의 하나로 하루에 30분 이상씩 1주일에 5회 이상 걷는 습관을 만들어보라는 것입니다.
그에 곁들여 습관 들이기 대한 ‘21일의 법칙’도 이야기합니다. 21일의 법칙이란 자기주도 학습법의 창안자로 잘 알려진 중앙대 정철희 교수의 '21일 공부모드'란 책에 있는 내용으로 우리 뇌는 충분히 반복되지 않은 일들에 저항하기 때문에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려면 21일간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교정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3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21일의 법칙과 더불어 좋은 습관을 간직하고 실행하려면 자신이 길들이려 하는 행동과 습관을 친한 사람들에게 공개하라고 합니다. 그러기가 어려우면 잘 적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적자생존’의 룰에 따라 언제든 다시 돌아볼 수 있게 기록으로 남겨 놓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세월이 무척이나 빠르게 흘러 내 일상에서 걷기를 습관화하기 위해 매일 걸은 내용을 적어온 것이 내년이면 벌써 7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걷기 기록을 시작하고 나서 몇 달이 지난 다음 나 자신과 한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4주일간의 기록을 점검하며 써놓은 특이한 걷기 일화를 옮겨봅니다.
아침에 집 주변 공원을 50분간 산책을 하고 출근한 날이었다. 연구실에 나와 지난 4주 동안 걸은 기록을 살펴보니 30분 이상 걸은 날이 21일로 주 당 평균 5일 이상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 친한 친구의 모친상 연락을 받고, 저녁 시간에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라 수업을 마치고 법동(대전시)에 있는 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조문하러 갔다. 늦은 시간이라 친구들은 이미 귀가하고 없어 조문을 마치고 바로 장례식장을 나서며 시간을 보니 9시 30분이다. 택시를 타고 귀가할까 하다가 문득 오래전에 동부터미널에서부터 학교까지 걸었던 생각이 떠오르며, 집까지 걸어서 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걷기 시작한 보도가 대로 옆이라 차들이 달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가로등도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아 걷기에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발길을 옮기며 평소 걸을 때처럼 그동안 소홀했던 일들, 미진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걷다보니 나름대로 많은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걸어 대전 ‘정부청사역’ 입구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다. 한 시간을 걸었으니 평소 10분에 1Km 속도로 걷는 것을 감안해 보면 약 6Km를 걸은 셈이 된다. 더 걸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은 여기까지 걷고 다음 기회에 청사역부터 집까지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나니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걷기 습관’을 실행했다는 생각이 들며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난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낮에 걸을 요량으로 아침에 산책을 하지 않고 연구실에 나와 그간의 밀린 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휴대폰에 평소 가깝게 지내고 있는 동료의 장인상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뜬다. 언제 조문을 갈까 생각하다가 저녁에 문상을 갔다가 다시 걸어서 귀가할 마음으로 학생들의 리포트와 논문 자료 점검 등 밀렸던 일들을 정리하고, 저녁 5시경 연구실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충남대병원의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다.
문상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며 시간을 보니 8시 10분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서대전네거리역’으로 향하며 집까지 걸을 생각을 하는데, 문득 지난번에 법동에서 집까지 걸으려다 ‘정부청사역’까지 1시간 걸었던 일이 떠올랐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집까지 걸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터라 청사역에서 내려 걷기로 작정을 하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 평소 하고 싶은 일들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으면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청사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며 옆을 보니 집 근처에 있는 월드컵경기장까지 5.1Km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걷는 속도면 집까지 1 시간 안에 가리라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35분이 지나 충남대 정문에 도착했으니 걸은 거리는 약 3.5Km 정도로 추정된다. 계속 걸어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집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1시간 5분을 걸었다. 오늘의 걷기 목표를 초과 달성해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지난번에 집까지 계속 이어 걷지 않고 청사역에서 지하철을 타며 가졌던 아쉬운 마음도 풀어지며, 다시 ‘걷기 습관’의 노예가 된 기분 좋은 하루였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생활습관에서 비롯되고 있는 우리나라 5대 질병의 예방을 위해 길들여야 하는 중요한 습관으로 금연과 자신에 맞는 운동이 꼽히고 있습니다. 요즘 금연 운동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어 사회 전반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그와 연계되어 실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운동 중에서 우리가 가벼운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걷기'의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건강 유지를 위해 1주일에 5일, 하루 30분 이상 걸으라는 ‘기적의 걷기 치료법 530’이란 말도 있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뛰지 말고 걸어라(Walk, Don’t Run)”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이는 장시간 걷는 운동이 강도는 낮지만 단시간 동안 달리는 고강도 운동보다 효과가 높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걷는 습관이 각종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수운동이라고 제안하며, 매일 30분 이상 걷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도연명(陶淵明)은 권학시편(勸學詩篇)에서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병신년(丙申年)을 맞이하여 습관 들이기 대한 ‘21일의 법칙’을 생각하며,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걷기 습관’의 노예 되기 운동에 동참해보세요.
필자소개 : 방재욱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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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백 기자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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