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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3년05월12일 15시39분 ]

우리나라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노후대비가 부족한 상황을 반영한다. 연금제도의 수혜비율이 아직 낮고 자녀들의 지원은 줄고 있다.

보유 자산을 처분해도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가구가 2/3를 넘는 현실도 고령층의 은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반면 고령 노동에 대한 수요는 다양하지 못해 구조조정의 위험이 상존하는 저임금근로와 자영업에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재정부담 악화 등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언뜻 바람직해 보인다.

“생애현역”, “은퇴가 없는 나라” 등의 슬로건이 나타내듯이 많은 나라들이 고령자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은퇴연령을 늦춤으로써 실질적인 노년부양비의 증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층의 활발한 경제활동참가의 이면에는 높은 수준의 노인 빈곤율이 자리하고 있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노후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한국 고령자들이 은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경제활동참가율과 경제적 어려움 모두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

2011년 우리나라 고령층(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9.5%로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2.7%보다 훨씬 높고 비교적 고령층이 활발히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웃 일본보다도 10%p 가량 높았다.

34개 OECD 회원국들 중 한국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 나라는 아이슬란드뿐이었다. 1990년대 이후의 변화를 보더라도 경기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하강이 나타난 적은 있으나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특징은 다른 연령층과 대비하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2012년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미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65세 이상에서는 한국의 비율이 단연 높지만 59세 이하 연령층에서는 오히려 낮다. 즉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모든 연령층에 공통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65세 이상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적 처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나은 것은 결코 아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 고령자의 빈곤율은 45%(2008년)로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OECD 평균은 15%). 이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18세 이하 인구의 빈곤율과도 대비된다.

주관적으로 경제적 곤궁함을 느끼는 비율도 다른 나라들보다 높았다. 2010년 일본정부가 실시한 국제비교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조금 곤란하다”, “곤란하다”고 답한 고령자의 비율은 조사대상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노인가구에 대한 자녀의 지원도 최근 감소

이처럼 고령층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로 우선 연금제도가 성숙한 선진국들에 비해 공적연금이 고령층의 생활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 2012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노인가구’(가구주가 65세 이상이며 18세 이상 65세 미만인 가구원이 없는 가구)의 평균소득 중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일본정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다른 4개국의 고령자들이 공적연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여 생활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고령층은 일 또는 자녀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노년의 주요 생활비 원천인 자녀로부터의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2000년대 후반 들어 ‘노인가구’ 의 사적 이전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인가구에 대한 사적 이전(가구간 이전)의 평균값은 2000년대 전반에는 월 30만원 내외였으나 2012년에는 2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공적 이전(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사회수혜금, 사회적 현물이전)의 평균값이 늘어나기는 하였으나 이전소득 전체는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사적 이전은 감소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금제도가 성숙해가더라도 고령층 전반의 생활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녀의 지원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먼저 노년 부양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년인구(65세 이상)의 수를 의미하는 노년 부양비는 2000년의 10.1에서 2012년에는 16.1까지 높아졌다.

만일 부양비가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부양인구의 소득이 더 빨리 늘어난다면 부양의 실질적 부담은 가벼워질 수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그와 같은 현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소득 증가가 부양비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2012년 1인당 실질 GNI는 2000년의 1.37배에 불과하다. 노인 부양의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의 부모 부양 의무라는 가치관도 약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현재 자신의 노후는 자신과 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단계로 변모해가고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는 2002년 70.7%에서 2012년 33.2%로 줄었다. 대신에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18.2%에서 48.7%로 늘었고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도 9.6%에서 13.9%로 늘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노후 생활비 마련에는 부족

생애주기(life-cycle)이론에 따르면 각 개인은 은퇴 이전까지는 소득보다 적게 소비함으로써 저축을 하여 자산을 축적하고 은퇴 후 그 자산을 처분하여 소득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고령층 중 어느 정도가 일을 하지 않고 또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노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준의 자산을 축적해두었는지 분석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해본 결과 보유 자산을 처분하여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 고령 가구는 약 30%에 불과하였다. 가구주 연령이 60~74세인 254만 가구 중 71%에 해당하는 180만 가구가 보유 자산을 처분하여도 노후 ‘적정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보유 자산 평균(2억 6천만원)은 필요 자산 평균(2억 5천만원)보다 조금 많았지만 평균이 아닌 개별 가구 수준에서 비교해보면 보유 자산이 부족한 가구가 많은 것이다.

‘최소 생활비’ 기준으로도 자산 부족 가구는 151만 가구(59%)나 되었다. 평균수명이 길어질 가능성, 건강상의 문제와 같이 불시에 닥치는 어려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위 수치들이 현실의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자산 부족은 1인 가구에서 더욱 심각하였다. 보유자산으로 적정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인 부부 가구에 비해 훨씬 높은 83%였다. 이는 최소 생활비를 기준으로 한 비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유 자산의 평균을 보더라도 1인 가구는 1억 1천만원, 부부가구는 3억 5천만원으로 3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러한 차이에는 가부장적 상속문화 그리고 홀로 된 여성의 경제적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중 여성 가구의 비율은 76%이며 그 여성 중 87%가 배우자와 사별한 상태였다.

2006년에 비해 고령층 보유 자산 감소

지난 몇 년 동안 고령자 가구의 평균 보유 자산은 감소했다. 2006년 가계자산조사와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비교하면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순자산 평균은 3.3억에서 2.5억으로 크게 줄었다. 40대와 50대 가구도 줄기는 하였으나 그 폭은 60세 이상이 가장 컸다.

보유 자산 감소는 60세 이상 가구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서 두드러졌다. 2006~2012년 사이 고령 가구의 부동산 평가액은 평균 3억1천만원에서 2억3천만원으로 8천만원(2010년 가격 기준)이나 감소하였다.

전연령 가구 평균도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그 폭은 3천만원으로 고령 가구보다는 작았다. 금융자산 중 저축액도 다른 연령층에서는 증가한 데 반해 고령층에서는 800만원 가까이 감소했다. 부채가 100만원 남짓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순자산의 감소를 되돌리기에는 미미했다.

고령 가구의 부동산 자산 감소는 다른 연령층과는 달리 주택 이외 부동산에서 두드러졌다. 주택 감소분이 약 3천만원, 주택 이외가 약 5천만원이었다. 자영업에 진출했던 많은 고령 가구가 이른바 자영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결과로 추측된다.

 제한된 일자리, 낮은 임금

공적 연금, 자녀로부터의 지원, 보유 자산 등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고령자는 스스로 일을 하여 생활비를 마련해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다. 현재의 정년퇴직 제도 하에서 많은 직장이 50대 후반을 정년으로 설정해 놓고 있으므로 임금근로자가 늦은 나이까지 이른바 ‘커리어 직장’에서 근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고령자 중 상당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많은 고령자들이 자영업에 종사해왔지만 최근 고령 노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임금근로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65~74세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2000년 26%에서 2012년에는 43%까지 늘어났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고령 자영업자(고용주, 무급가족종사자 포함)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업 인구의 감소에 있다. 하지만 도시 지역을 따로 계산하여 보더라도 2005년에서 2012년 사이에 임금근로자의 비중이 48%에서 57%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기는 하나 이처럼 고령층 취업의 중심축은 점차 자영업에서 임금노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의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위험부담이 큰 자영업보다는 임금근로를 선택하는 고령층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령 노동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지 못해 고용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65~74세 임금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72.3%(약 44만명)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였다.

2012년 3/4분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이용하여 이를 좀더 세분해 보면 65~74세 임금근로자 중 반 이상이 ‘청소원 및 환경 미화원’(33%)과 ‘경비원 및 검표원’(23%)이었다.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령층의 임금은 높지 않았다. 노동부의 2011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65~74세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141만원으로 전 임금근로자 평균 임금 210만원의 67%에 해당하였다. 2006년에는 그 비율이 71%였으므로 5년 사이에 상대적으로 고령층의 임금조건은 악화된 셈이다.

자영업 부문에서도 변화는 있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하여 65~74세 자영업자의 산업별 비중을 보면 2000년에는 농업이 72.3%, 도소매업이 14.8%였는데 2012년에는 농업의 비중이 55.1%로 크게 줄고 도소매업의 비중은 17.8%로 약간 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운수업의 비중이 8.4%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운수업 종사자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직종으로 보면 ‘자동차 운전원’에 해당한다. 남성 고령자들이 택시를 비롯한 육상 여객 운송업에 많이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운수업 전체 종사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은 2000년 1.0%에서 2012년 6.3%로 늘어났다.

고령층 고용환경 더 어려워질 수도

고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을 하지 않거나 자녀의 지원 없이 보유 자산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추정결과는 우리나라가 왜 “은퇴하기 어려운 나라”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령층의 사적 이전 소득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당분간 우리나라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함께 65세 이상 취업자수는 2000년의 100만명에서 2012년에는 178만명으로 늘어나고 전 취업자 중 비중도 4.7%에서 7.2%로 늘어났지만 취업가능한 일자리의 질은 뚜렷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고령자 취업에서 자영업의 비중이 줄고 임금근로자가 늘고 있는 것은 자산 상실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층의 취업은 특정 직종과 업종에 제한되어 있고 이들 업종의 미래 또한 그리 밝지 않다. 환경미화원 및 경비원이 대부분인 단순노무직은 시설관리의 자동화가 진전됨에 따라 노동수요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고령 남성이 많이 취업하고 있는 운수업도 현재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앞으로 늘어나는 고령층의 노동공급을 수요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임금이 더 떨어질 우려도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고령자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공적인 지원체계도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높은 고령자 빈곤율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60세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청년 취업과 관련한 논란은 있으나 50대 후반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도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용안정을,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활안정을 뒷받침하는 방안들이 계속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류상윤 책임연구원

편집국 (mgs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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