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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과일이 제사상에 오르는 것을 보고 격세지감 느껴
등록날짜 [ 2014년02월05일 09시13분 ]

이번 설 잘 쇠셨습니까? 저도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묘소에 절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조카에게서 세배를 받지만 그들이 사회활동을 하니 세뱃돈을 줄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 차례상을 좀 자세히 봤습니다.

차례상에 밥 국 나물에 이어 과일을 보니 한라봉 바나나 서양참외(멜론)가 한 자리 잡았더군요. 한라봉과 멜론은 국내에서 농사지은 것일 테지만, 바나나는 수입한 것일 텐데 제사상에서 보니 느낌이 색다릅니다.

 

수입 과일이 제사상에 오르는 것도 우리 시대의 한 모습이겠죠.

 

제사상 뒤에는 병풍을 세웠습니다. 병풍에는 한자인 듯이 보이는 글자를 그렸는데, 정자체가 아니라 읽을 수 있는 글자가 거의 없습니다.

 

정자로 썼어도 뜻을 이해하지 못했겠죠. 병풍에 분명히 글이 적혔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그림은 아닌데, 이런 병풍을 왜 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우아한 그림이 그려진 게 나을 듯합니다.

 

 

설날 제사에는 지방(紙榜)을 붙이지 않기에 다른 제사 때 얘기입니다.

아버지 제사를 모실 때 지방에는 한자로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 적었습니다.

 

이것은 벼슬을 살지 않은 보통 사람일 때 이렇게 쓴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것 참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사를 주관하는 형님께 “이게 무슨 뜻입니까? 다음부터는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로 바꾸는 게 어떻겠습니까?”하고 제안했더니, “네가 준비해서 보내면 그걸 붙이마.” 했습니다.

 

앞으로 부모님 제사에는 “아버님께 올립니다. 어머님께 올립니다.” 이렇게 쓰자고 제안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써온 지방은 지금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제 아래 세대는 더욱더 모를 테니 알 수 있게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제사를 모시고 묘소에 갔습니다. 예전에 있던 봉분을 없애고 작은 표지석을 놓았습니다.

표지석을 보니 한자로 '長興高公諱春錫/配晉陽姜氏斗順/之墓'를 크게 적고 아래 칸에는 좀 작은 글자로 '子 子婦 孫 女 '를 앞세우고 그 뒤 한글 이름을 팠습니다. 표지석에 한자와 한글이 뒤섞여 있습니다.

 

저도 겨우 익혀 알 뿐인데, 표지석에 새긴 저 글자를 아는 후손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제는 표지석에 새기는 글자를 한글로 파고 한자 이름은 괄호 안에 넣으면 좋겠습니다. '아들 며느리 손자 딸 사위' 이렇게 새기면 누구나 압니다.

 

표지석은 누구를 모신 곳인지 알리려고 세운 것인데, 그 표지석을 보고 누구를 모셨는지 알 수 없다면 저 표지석은 제구실을 못합니다.

 

집안 흉을 본 셈이라 속이 불편합니다만, 다음에 다시 만들 때에는 알기 쉽게 만들면 좋겠다는 뜻으로 씁니다. 표지석도 못 읽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한자 공부시켜야 한다는 말을 안 듣길 기대합니다.

 

시간이 좀 있기에 가까운 곳에 있는 절(청곡사)에 들렀습니다.

부처께 소원을 빌 겸해서요. 이 절에서 국보급 보물(국보 제302호 영산회괘불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절 기둥에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은 글이겠죠. 기둥에 적힌 글은 한자를 휘갈겨 쓴 것이라 상당히 한자 실력이 없으면 읽기도 어렵고 나아가 뜻까지 알기 어렵습니다.

 

중생이 부처의 가르침을 얻으러 절에 가는데, 가르침을 저렇게 어렵게 적어두면 어떻게 가르침을 얻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옛날에 지은 절은 그 시대여서 그랬다 하더라도, 요즘에 지은 절 기둥과 현판에도 한자로 적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서울 근교에 지은 어느 절에는 모두 한글로 적은 것을 봤습니다.

종교가 보통사람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보통 사람이 알 수 있게 가르쳐야 맞습니다.

 

일반인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누구를 위한 종교일까요?

 

한자 어렵게 써놓고, 어려운 영어 몇 글자 안다고 젠체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말과 글자는 뜻을 전하는 수단입니다.

 

뜻을 쉽게 분명하게 전하면 그게 좋은 말과 글입니다.

그게 우리말 우리글입니다.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그리며 다음 설날을 기다립니다.

 

 

필자소개


                  필자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mymail@patinfo.com

 

편집국 (c122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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